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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북한이 덜컥 받아버린다면?

기사승인 2022.01.09  18: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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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반도 종전선언은 가능할까? 한반도 종전선언에 관한 관련국들의 입장을 요약해 본다.

중국은 선언적인 것이든 규범적인 것이든 한반도 종전선언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긴장완화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봉쇄를 완화시키기 때문이고, 당장에는 2월에 개최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 기간에 평화 이벤트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판문점에서 한미북중 외교부장관들이 모여서 서명하는 식으로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 해도 한반도 종전선언은 여전히 중국에게는 유리한 선택이다.

일본은 선언적인 것이든 규범적인 것이든 한반도 종전선언에는 반대하고 있다. 남북한이 분단 대결하는 상황에서는 정치, 경제, 군사적 이득을 챙길 수 있으나,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되면 그런 이득이 소멸될 뿐 아니라, 일본을 압도하는 통일코리아가 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의 절박한 소원이니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공식적으로는 응대하여 진행시키고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내부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과 브래드 셔먼(Brad Sherman) 하원 외교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그룹과 영김을 중심으로 하는 공화당 그룹이 서로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브래드 셔먼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진영은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가는 시발점”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북한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고 미국과 한국에게 도움이 되는 전향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김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공화당 그룹은 비핵화조치 없는 종전선언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중국과 북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한미 간에 협의를 진행해왔고 어느덧 종전선언 초안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합의가 완료되었다고 한다. 유엔사의 법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등 한반도 정전체제를 조금도 변경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하는 정치적 선언만 하자고 합의한 듯하다. 달리 반대할 이유가 없는 중국으로서는 중국이 종전선언 당사국으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종전선언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고, 북한당국에게도 종전선언 합의문 초안이 전달되어서 현재는 북한의 검토 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공식적인 절차 진행과는 별개로, 미국에서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불발시키려는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져 왔다. 유럽의 인권단체를 동원하여 김정은을 독재자 리스트에 올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을 촉구하였고, 독일의 군함을 동원하여 대북제제 위반 밀무역을 감시하도록 동해바다를 순시하게 하였다. 북한의 핵심 관계자를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나아가서 미국의 반대파(Young Kim)는 한국의 반대파(나경원)와 협력하여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공화당 하원의원 35명의 공동서한을 발송하게 하였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의 명의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입장의 기고하였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최근 들어 종전선언 반대표명을 몇 차례 하였다.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미국의 내부자들은 이쯤하면 북한은 격분을 이기지 못하여 도발을 하고 남한은 미국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알아서 포기할 것을 기대한 것 같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북한은 미국의 자극에 대하여 일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한국정부 역시 종전선언 추진을 포기한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그러는 동안에, 종전선언을 향한 공식적인 업무진행은 북한의 동의만 받으면 성사될 것 같은 막바지에 이르게 되었다.

무겁고 오래가는 북한의 침묵이 미국의 반대파를 오히려 불안하게 하는 듯하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종전선언에 서명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는 듯하다. 그런 초조감을 반영해서인지 미국에서는 아예 대놓고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자주 들려온다.

아직은 공식적으로는 종전선언 합의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이제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할 북한당국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필자는 북한당국에게 다음과 같이 신년화두를 던지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북한은 현 상황을 거꾸로 읽어야 한다. 종전선언에 집요하게 반대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형식적인 것이라도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면, 한반도는 전쟁 중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한반도로 법적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일단 법적인 성격이 바뀌면 그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들이 이어지게 되어 있다.

현재 종전선언 합의문은 아무 내용도 없이 텅 빈 종이쪽지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 4개국의 서명이 더해지는 순간, 한반도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북한과 남한의 법적 신분이 바뀌게 된다. 비핵화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이를 뚫고 평화와 공영의 잔뿌리들이 빠른 속도로 뻗어나갈 것이다.

북한은 70년간 변함없는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한미 간에 합의한 종전선언을 받아들이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도 변화가 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종전선언 반대파가 내심 초조해 하는 “북한이 덜컥 받아버리면 어떡하지?”하는 우려는 북한에게는 생문(生門)이다. 그쪽으로 가야 미국을 평화적으로 한번 이겨볼 수 있다.

군사초강국들로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은 2022년 현재 국방력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 되어 있다. 세계 6위의 군사력은 단순히 북한의 위협만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종전선언으로 대한민국의 방위력이나 한미동맹이 약화될 우려는 없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은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동북아와 지구촌에서 평화와 공영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로 안내할 것이다.

최은상/ 사단법인 뉴코리아 운영이사, 평화통일연대 이사

최은상 dwarriorchoi@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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