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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대북정책에서 실패하고 마는가?

기사승인 2021.04.22  14: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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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완규 신한대 석좌교수, ‘남북관계의 본질’ 주제로 평화통일 아카데미 강연

“타자(他者)는 외재성과 무한성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외재성은 나의 바깥에 있으면서 동시에 나로 환원되지 않는 모든 것이고, 무한성은 그 어떤 범주나 체계로도 환원되거나 포획되지 않는 것으로, 어떤 잣대나 기준 또는 시선으로 타자를 전유하는 순간 타자는 사라져 버린다.”

‘타자성(他者性)’의 철학자 임마누엘 레비나스(Levinas)의 말이다. 21일 저녁 서울 서초동 더하트하우스교회에서 열린 평화통일 아카데미 4강의 주제는 ‘남북관계의 본질: 북한을 보는 시선과 핵문제를 중심으로’였다. 최완규 신한대 석좌교수는 “최근에 고민해 왔던 바를 중심으로 남북관계 본질을 다뤄보겠다”며 레비나스의 말을 인용, 남북관계의 본질을 짚어나갔다.

최 석좌교수는 “북에 대한 타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시선, 우리의 입장으로 북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목표대로 남북관계를 추구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과거 보수정부의 대북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정부, 심지어 지금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조차 이런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최 석좌교수의 주장이다.

최완규 신한대 석좌교수 ⓒ유코리아뉴스

그러면서 개인 경험을 들려줬다. 판문점선언 1주년 때인 2019년 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강원도 고성 동해안까지 민간의 인간띠 잇기 행사가 있었고, 정부의 음악회도 판문점에서 열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여파로 북은 이 음악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음악회 시작과 함께 함께 화려한 레이저 조명이 판문점의 저녁 하늘을 수놓았다. 최 석좌교수는 “그때 판문각을 쳐다봤는데 ‘처절하게’ 고요했다”면서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북의 입장이 어떨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타자성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후 경기도에서도 외국인들을 데려다가 비슷한 행사를 여러 차례 치렀고, 지난해 철원에서도 ‘꽃피는 평화’를 주제로 정부 행사가 열렸지만 우리만의 일방적 행사일 뿐이었다고 최 석좌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의 대북정책은 타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통행이었다”고 했다.

영국의 북한 전문가 하젤 스미스(Hazel Smith)는 ‘나쁜 행위자(bad actor)’, ‘미친 행위자(mad actor)’라는 말로 북한을 구분하기도 했다. 북한은 ‘나쁜 행위자’일 수는 있지만 ‘미친 행위자’는 아니라는 게 하젤 스미스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을 ‘미친 행위자’로 인식하고, 그렇다 보니 북한과 관련한 모든 사건을 ‘안보 사항’으로 해석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석좌교수는 “때로 북이 ‘미친 행위’를 하는 것은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한 계산된 행위”라며 “이것이 상식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안보의 관점으로만 북한을 인식하고 있다. 여기엔 진보, 보수 가리지 않는다. 이런 관점이 아직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도 ‘타자’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최 석좌교수는 “북한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시종일관 견지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온 것은 ‘비핵화’는 오로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때만 가능하다는 전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북의 입장은 과거나 지금이나 일관된 입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미국이 북한을 보는 관점은 ‘악당 국가’다. 그렇다 보니 북한과 거래를 하는 것은 그들의 핵 공갈에 굴복하는 것으로서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여긴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상당수의 인사들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일 저녁 서울 서초동 더하트하우스교회에서 열린 평화통일아카데미에서 최완규 신한대 석좌교수가 남북관계의 본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이에 대해 최 석좌교수는 “지난 4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미국은 시종일관 이 원칙을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내용을 보고 그 뒤에 이 조치에 상응하는 부분을 북한에 제공해 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며 “미국은 또한 타협과 양보보다는 강압을 통해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태도를 더 많이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최 석좌교수는 만약에 북이 개방하고 경제가 발전할 경우 모든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그때부터 남한과 본격적으로 정치 대결이 시작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반도 구성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체제가 어디인가를 놓고 남북이 갈등, 경쟁하는 단계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냉혹한 남북관계의 구조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평화통일’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담론이라고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이념과 체제가 각각 다른 상황에서 평화통일은 한쪽이 죽어야 가능한데, 한쪽이 ‘평화적으로’ 죽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에서는 ‘평화통일’ 담론은 허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체제전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원탁회의를 통한 타협이었는데, 지금의 남북, 남남의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최 석좌교수의 진단이다. 남북이 국가체제에 대한 상호 호환성(compatibility)이 10점 중 9점 정도는 되어야 평화통일이 가능한데 지금은 그 점수에서 한참 모자란다는 것이다.

특히 남남의 상황과 관련해 여와 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제안했다. 우선은 남북 당사자가 평화통일의 주역이 되고, 여기에 여와 야, 시민단체가 거버넌스 체제를 갖출 때 정책 일관성을 갖고 북한이나 미국 등 주변 국가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석좌교수는 “지금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 달라지는 대북정책으로는 결코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면서 대북·한반도 평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화통일 아카데미 제5강은 오는 28일(수) 저녁 ‘역대 남북 합의서 되돌아보기’를 주제로 윤은주 뉴코리아 상임대표가 강의한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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