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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만들어가는 한반도 平和

기사승인 2021.03.26  09: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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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과정과 여성

여성이 만들어가는 한반도 평화는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왔던 평화만들기는 그 당위와 방향에 있어서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전쟁 없는 한반도에서 민족의 상생 평화를 추구하자는 데에 남녀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주체성은 남성 중심의 정치·군사적 접근을 근본에서부터 되짚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소극적 평화에서 적극적 평화로’,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를’ 등 통일과정에 있어서 평화 담론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은 여성의 평화감수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남북은 이미 고위급회담과 정상회담을 통해 상당히 개진된 합의를 도출했다. 비록 북한 핵 문제와 북미관계로 인해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에 빠졌지만, 지난 2018년을 돌이켜 볼 때 정부 차원에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맞물리며 상호작용하는 이원 합의구조를 경험했다. 4.27과 9.19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 사이에 있었던 6.12 북미회담에서 남북의 합의를 재확인하는 유래없는 성과를 거두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패권의 부딪힘 속에서 약소국으로서의 비애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곱씹으며 돌이켜 봐야 할 지점이다.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가 무너지고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패권대결의 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더욱 그렇다.

민간 차원에서의 평화만들기는 남북의 정부 정책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남북연합체계를 갖추고 완전한 통일로 나아간다는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은 평화적 방식에 의한 점진적 통일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파를 초월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대북정책은 정권에 따라 일관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통일정책과 충돌을 일으키는 가운데 민간은 자율성을 발휘할 틈이 없었다. 전통적 국가안보를 최우선시 하는 군사주의 문화가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여성이 나서서 국방력 평가 세계 6위권에 진입해 있으면서도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정부의 국방 정책부터 따져봐야 한다.

 

한국전쟁과 북한 핵 문제, 해법은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

한국전쟁의 발생 기원에 관해서 다양한 분석이 있었지만,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보자면 남북정부가 미국과 소련을 뒷배경으로 삼고 서로 다른 통일론을 내세우며 무리한 통합을 시도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 북이 주창했던 남조선 혁명론이나 남이 내세웠던 북진통일론은 정권 차원에서 상대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 하는 제로 섬(Zero-Sum)게임이었다. 일제강점기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 우리 민족은 해방 직후 펼쳐진 미국과 소련의 군정(軍政) 하에서 더 큰 민족적 시련의 맹아를 키웠다. 상대를 부정하는 통일론은 전쟁으로 치달았고, 민족상잔의 전쟁은 이념의 늪에 빠져 인간성을 상실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처참함에 관한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멈춰 선 한국전쟁은 국제사회에서 잊히다시피 했는데, 북한의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는 화해와 불가침을 선언하고 교류협력을 가능하도록 한 남북 간의 종전선언이었지만 북미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완결되지 못했다. 당시부터 북한은 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지 않는 북미수교를 요청했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영삼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하지 않았다. 사회주의국가들이 잇따라 체제전환을 하고 동서독이 통일되는 가운데 ‘북한 정권 붕괴 후 흡수통일’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제1차 북핵 위기 국면이 시작된 배경이면서 동시에 남북관계의 한계를 보여준다.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국내에서는 대북 ‘퍼주기론’이 거세게 일었다. 핵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약소국 북한이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생존게임이지만 국내 정치 지형은 이를 수용하기엔 폭이 매우 좁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대북지원이 현저히 줄었어도 북한은 자신의 계획표를 따라 행동했다. 6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개발한 후 핵 무력 완성을 천명한 북한은 여전히 미국을 상대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클린턴 정부 당시의 페리 프로세스와 북미코뮤니케를 복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성사시킨 북미 싱가포르 합의로부터 새로운 출발을 시도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비록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 우리 정부는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6.15공동성명, 2007년 10.4정상선언, 2018년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의 합의를 완결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북미수교까지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가 되어야 한다.

 

여성의 새로운 역할, 새로운 시도

최근 여성들이 주도하는 국제연대를 통한 평화만들기는 민간 차원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시작된 Women Cross DMZ(WCD)운동은, 국내 여성단체들을 포함하여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비롯한 국제 평화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UN과 캐나다, 미국 등을 상대로 벌이는 민간외교 운동으로 발전했다. 한반도 평화과정이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속에서 진행됨을 염두에 둘 때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분단의 장벽을 걸어서 넘는 퍼포먼스(performance)는 정치·군사적 긴장의 팽팽함을 상징적으로 돌파하고자 했던 시도였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DMZ 일대에서 열린 여성평화걷기에 참석한 여성들 모습(2016년 5월 28일). ⓒ유코리아뉴스

미국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맥과이어와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디즈니 가(家)의 다큐영화감독 아비가엘 디즈니 등 유력 인사들과 함께 했던 WCD운동은 2019년 5월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전국여성연대, 한국YWCA가 주축이 되어 발족한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의 모태가 됐다. 여성의 한반도 평화과정 참여를 지원하고 국제사회 민간외교에 힘쓸 수 있도록 새로운 조직이 출범한 것이다. 국내 여성단체들이 추진했던 남북 여성 대화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 실현 운동 등에 더해 UN 여성지위원회(CSW) 참여, 캐나다와 미국 의원과의 대화 등 폭넓은 활동이 가능해졌다.

대인지뢰 금지 운동을 펼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조디 윌리엄스가 2006년 메어리드 맥과이어, 리마 보위, 그리고 이란의 시린 에바디 등 다른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함께 만든 노벨여성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여성평화운동을 지원하는 기금을 조성해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출범을 도왔다.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는 2019년 3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여했고 권미혁, 제윤경, 이재정 의원과 동반하여 버니 샌더스, 툴시 가버드, 그레이스 맹, 바바라 리, 젠 셔카우스키, 에디버니스 존슨, 앤디 김, 로 칸나 의원 등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과정의 이해를 돕는 한미 의원외교가 본격화하길 기대해 본다.

갈등과 분쟁, 전쟁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자였던 여성은 ‘피해자에서 예방자로’ 새로운 정체성을 인식하게 됐다. 2000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는 평화구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독려한다. 또한 분쟁 발생 시 여성폭력 예방과 인권 보호, 분쟁 이후 구호와 회복에 있어서 여성이 활약할 수 있도록 각국의 정부가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도 2014년 5월 채택한 바 있는데 2021년부터 국가행동계획 3기가 출범하여 3년간 활동하게 된다. 군사주의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국가안보는 생태·환경이 중시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인간안보로 그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여성에 의한 여성의 안보’를 추구하는 여성안보가 새롭게 자리매김할 때이다. 남한에서 여성은 강제징집 대상이 아니고 군사주의의 강압으로부터 일정 정도 벗어나 있다. 이에 여성은 북에 대한 대적의식에 있어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또한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도 여성은 사회적 자아를 키움과 동시에 가사를 전담하며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지켜왔다.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 실현 주체로서 여성은 좋은 정책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현재 군사력 경쟁의 최고치를 나타내는 핵 위협에 놓여 있다. 이는 명백히 물리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군사주의가 낳은 결과이다. 한반도 평화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다방면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내외 여성단체와 여성 전문가, 여성 시민이 강고한 연대를 형성하며 있음직한 역할을 할 수 있기 기대한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민화협 회원사업위원장, (사)평통연대 남북상생본부장, 민주평통 상임위원, (사)뉴코리아 대표

*위 내용은 <민족화해> 지 최신호에도 실렸습니다.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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