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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전망과 문재인 정부의 과제

기사승인 2021.02.09  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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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LOFO 칼럼 제538호

북한의 세계관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화이(華夷)’ 사상이다. 조선에게는 중국은 중화(中華)이고, 조선은 소화(小華)이며, 만주, 일본, 미국을 포함한 서구는 ‘이(夷, 오랑캐)’였다. 중국은 잘 모셔야 할 대상이고 조선은 중국을 ‘빽’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오랑캐는 조선을 잘 모셔야 하는 것이었다. 조선은 오랑캐가 잘 순응하면 아량을 베풀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군사력을 동원하여 응징했다.

조선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한은 화이론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미국을 다루고 있다. 북한은 ‘화(華)’이고 미국은 ‘이(夷)’인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잘 대우하면 아량을 베풀지만, 북한에게 저항하거나 침범하면 군사적 응징을 가하는 것이 조선을 이어받은 북한의 ‘대이(對夷)’ 전략이다. 말도 안 되는 논리이지만 북한의 세계관, 패러다임, 프레임에 입각해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19세기 중반에 일어났던 위정척사(衛正斥邪) 운동, 동학운동, 한민족의 웅비를 외친 민족종교 운동의 사상적 기반인 성리학적 세계관이 북한의 정신사에 그대로 녹아 있다. 비록 안보를 의지했던 중국(청나라)의 힘이 부족하여 오랑캐인 일본, 미국, 러시아 등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반드시 힘을 회복하여 오랑캐(satan, 악마)를 한반도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종교적 신념이다.

반면, 미국은 기독교근본주의 국가로서 반기독교적 이단에 대해서는 반드시 응징한다. 그 대상은 이슬람교, 유교, 불교, 신흥종교 등을 믿는 국가들인데, 특히 미국에게 직접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란, 이라크, 중국, 북한 등이다. 과거 독일 나치스와 일본 군국주의가 미국에게 대항하다 무력에 의해 처절히 응징되었고 소련도 사상전 및 경제전에서 패배했다. 2000년대 미국은 이라크는 무력으로, 이란은 협상으로 제압했지만, 중국과 북한은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유교적 근본주의자(중국), 기독교적 근본주의자(미국), 주체교적 근본주의자(북한) 등 3국이 충돌하고 있는 동북아에서의 안보 환경은 매우 좋지 않다. 중국 시진핑 정권은 어떻게든 중화(中華)질서를 되찾으려 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은 소중화(小中華)주의를 달성하려 하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여 년 간의 기독교적 패권을 회복(America is back)하려 하고 있다.

위와 같은 논지에서 바이든 정부하에서도 북한과 미국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게 백기를 들지도 않을 것이며, 그러한 북한을 유일 패권국인 미국이 용인할 이유도 없다. 북한은 지난 8차 당대회를 통해 미국을 선제공격하지는 않겠지만, 만일 미국이 선제공격하면 받아치겠다는 ‘수성전(守城戰)’ 전략을 선포했다. 본시 수성전은 장기전에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지만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중국이라는 보급로가 있는 한 북한은 장기전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위험한 상황이 장기화되었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다. 문재인 정부는 위험한 상황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근본주의자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대체로 근본주의자들 간 투쟁은 전쟁으로 승부가 종결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로 전쟁을 용인할 수는 없다. 전쟁은 곧 민족의 패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국익을 극대화할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트릴레마(trilemma)’에 빠져 있다. 현재로서는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가장 힘이 세면서 선택지가 다양한 미국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이 시급히 요청되는 이유다.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군사적 비용은 비쌀 것이지만 평화유지 비용이라고 자위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많지 않다.

전현준/ (사)남북물류포럼 이사

전현준 korealofo@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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