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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을 향하여 우보천리(牛步千里)

기사승인 2021.01.12  10: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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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2020년의 세계는 온통 코로나19로 얼룩진 채 저물었다. 한국전쟁 70주년에 종전선언으로 평화의 디딤돌을 놓으려는 시도도 무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말기 대장암 수술을 한지 6년 만에 다시 간 절제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상한 몸을 추스르면서 내게 남은 시간, 태어나 자라고 살아왔던 이 땅 구석구석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역사적 또는 사회적으로 의미 깊은 곳,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곳들을 찬찬히 돌아보며 생명·평화·통일의 가치를 마음에 담고 싶었다.

거창하게 버킷리스트(Bucket List)도 필요 없이 생각나는 대로, 형편 닿는 대로 내딛는 자유로운 발걸음. 그래서 반보소요(半步逍遙)라 이름 짓고 지난 몇 달 동안, 때로는 순례단의 일원으로 때로는 혼자 또는 마음이 맞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녀왔다. 반보(半步)란 원래 ‘한 걸음’이라는 뜻의 일보(一步)라고 하려다 아는 분이 이미 같은 필명(筆名)을 쓰고 있다고 해서, 그럼 ‘한 걸음’이 안 되면 ‘반 걸음’이라도 가자는 생각으로 스스로 지은 나의 호(號)이다.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려 싸워 오신 강정마을 주민들을 찾아뵈려 했던 생각은 오랜 시간 간절했지만, 한라산 등반은 어쩌면 무모한 시도였다. 매번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두에서 땅끝까지”를 외치며 중국을 거쳐 백두산에는 몇 차례씩 다녀왔음에도 정작 우리 땅에 있는 한라산에는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얼마 전 수술을 마친 몸 상태를 무릅쓰고 동행한 두 분 목사님을 의지해 과감히 도전하기로 했다.

1100고지 등산로 초입은 평탄했지만 1800고지를 넘어 1950m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가파른 구간은 참으로 힘겨웠다. 멀리 정상이 바라보이고 옆으로 고사목 지대의 비경이 펼쳐졌지만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우선은 한 발 한 발을 내디뎌야 했다. 체력이 바닥나고 근육이 뭉쳐진 채 어둠 속에 하산하는 길은 더욱 고통스러웠지만, 악전고투 끝에 11시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강원도 화천에는 지금 탈북민 정착교육을 위한 제2 하나원이 자리해 있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2년여 동안 육군 사병으로 복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춘천에서 화천으로 이어진 북한강의 검푸른 물줄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과거 한겨울이면 유류탱크의 기름이 결빙(結氷)될 정도로 추웠던 이곳이 요즘은 산천어 축제로 유명해져 코로나19 이전에는 국내는 물론 동남아에서까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회색빛 군사 도시가 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평화로운 축제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평화통일의 명제는 분명하지만 그 길은 멀고 험난하다. 한라산은 멀리서 보면 마치 완만한 구릉(丘陵)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정상에 다다르려면 오르막길을 쉼 없이 넘어야 한다. 처음부터 그처럼 힘들 줄 알았다면 애초에 시도를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어찌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릴 수 있을까?

군사적 긴장의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는 것은 별다른 창의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혹한의 겨울, 얼어붙은 냇가에서 축제를 열어보자는 상상력이 그곳에서 음울한 잿빛을 걷어내고 평화롭고 활기찬 탄성을 가득 차게 한다.

2021년 새해에도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은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한 그 여정 속에 때로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거든 반 걸음이라도 떼어보자. 그러나 위대한 그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는 말자. 우공이산(愚公移山)이요, 우보천리(牛步千里)라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우리 곁에는 뜻을 같이 하는 듬직한 동지들이 무수히 있음에랴.

신영욱/ 예사랑선교회 대표, 유코리아뉴스 편집위원

신영욱 ywsheen@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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