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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중 패권경쟁의 2막이 오른다

기사승인 2021.01.06  15: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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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LOFO 칼럼 제533호 2021 한반도 정세전망 시리즈-①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세계적인 대혼란 속에 개인과 사회, 국가 모두 혼란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느라 지난 1년을 보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재 확산과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전 세계를 뒤덮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의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종식에 대한 희망도 커지고 있다.

2018년 3월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하고 2년여가 지난 2020년 1월 미중무역 1단계 합의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으로 저성장 기조를 이어오던 글로벌 경제에 경직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무역, 기술, 군사 분야에서 고조되던 양국의 갈등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이념 갈등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 대선의 판도를 바꾸면서 2021년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세계 정치와 경제의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이에 대응하여 지난 10월 중국은 공산당 제19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쌍순환(雙循環)전략’을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으로 채택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미중패권경쟁 장기화, 글로벌 디커플링과 제조업의 탈중국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와 반중 정서 고조, 대내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소득 불평등 확대, 지역 불균형 확대, 환경 문제 심화 등의 불안 요소가 가중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 상황을 ‘백년만의 대격변’, ‘심각하고 복잡하게 전환하는 발전환경’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을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대내외적 환경과 세계 경제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쌍순환 전략은 기존에 수출주도형 산업과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큰 톱니바퀴를 국가 발전 동력으로 삼았다면, 이제 ‘내수 경제 활성화와 대외개방성 확대’라는 톱니바퀴를 제대로 기능하게 만들어 기존의 톱니바퀴에 맞물리게 함으로써 두 개의 톱니바퀴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내순환 활성화는 도·농간 격차 해소, 소득 재분배 구조개선, 지역 간 균형발전, 공급 측 구조개혁 심화, 디지털 경제 가속화, 첨단 기술산업 육성과 산업 자주화, 금융 개혁, 녹색성장 등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14억 인구를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으로 활성화하여 국내 경제의 질적 성장과 내적 역량 강화가 중국의 대외정책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내순환과 외순환의 상호작용으로 중국의 미래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전략의 성공 여부는 ‘중국이 직면한 국내외적 위험요인을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구조개혁에 성공하여 내적 성장을 통한 외적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 ‘미중 첨단산업 디커플링 지속 상황에서 중국이 기술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자립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전략은 국가 발전 동력의 중심을 외순환에서 내순환으로 옮겨 외순환에 의존하던 중국 경제의 부담을 덜고, 외순환의 구조도 대규모 해외 인프라 투자에서 기술표준, 5G, 디지털 위안화 사용 확대 등 기술과 화폐 중심으로의 변경을 모색한다. ‘쌍순환 전략’은 미중패권경쟁 장기전에 대비하여 ‘국제정치적·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국내 경제 구조로 변경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2021년 시작될 미중패권경쟁의 2막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적 이슈에 대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국제공조, 동맹 강화,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GVC)을 주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의 그림자를 지우고 글로벌 리더의 자리로 빠르게 복귀할 것이다. 이제 미국은 ‘미국’ 대 ‘중국’의 대결이 아니라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 대 ‘공산주의 중국’의 대결로 중국을 포괄적으로 압박하려 한다. 동맹국들과 포위망(봉쇄정책)을 좁혀가겠다는 미국의 공성전(攻城戰)과 내수 활성화를 통해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수성전(守城戰)이 시작된다.

중국의 성장 전략 전환은 한국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한국은 중국 산업 구조 변화와 중국 내수 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하여 중간재 수출 중심에서 중국 내수 시장 진출 전략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신흥전략산업, 디지털 인프라 구축, 녹색성장 산업, 의료 산업, 언택트 산업 등 유망산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중국의 자립형 공급망 구축과 자체기술 개발에 따른 기술 분야의 초격차 경쟁에 더욱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정권 교체와 대외전략 변화, 중국의 발전 전략 전환, 이에 따른 미중패권경쟁 양상과 국제 정세의 흐름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맹으로써의 역할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중국도 한국이 미국 편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이를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미국·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하는 한국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경제 실현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확고히 하고 신북방·신남방으로 한국의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여 중견국으로서의 위치를 강화하면서 미국·중국과 환경, 보건 등 국제공조가 가능한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넓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안보가 우선이냐, 경제가 우선이냐?’ 라는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정치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한국이 국익 최우선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며,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미국과 중국에 한국의 입장을 설득하고 협력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며, 북한의 비핵화와 불가역적인 한반도 평화 실현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덕/ 원광대학교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최재덕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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