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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말에 돌아보는 김정은 리더십

기사승인 2020.12.21  09: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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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47호

힘겨웠던 庚子年 한 해

올해는 100년 만에 경험하는 범세계적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온 인류가 힘겨웠던 해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인류공동의 적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부자 나라건 가난한 나라건, 우방국이건 적성국이건 모든 나라가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도 각 나라는 자기 앞가림에 급급하며 국제협력보다 다른 나라와의 왕래와 교류협력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남북 간에도 방역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되울림은 없었다. 이러한 마당에 하노이 노딜(2018.2) 이후 방향을 잃은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를 남북교류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들은 설 곳이 없었다.

하노이 노딜은 북한이 7차 당대회(2016.5)에서 항구적 전략으로 선언한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의 실패를 사실상 확정짓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병진노선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5개년 경제개발전략도 어그러졌다. 북한에게 올해는 하노이 노딜의 충격을 벗어나 전열을 회복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였는데,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고 코로나 사태와 연이은 자연재해로 삼중고에 시달린 어려운 해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감당해야 할 압박과 부담은 상당했을 것이다.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며 “연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참으로 힘겨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면서 “인민들에 보상 못해 면목 없다”고 솔직하게 언급했다.

북한은 늘상 자기들이 처한 어려움을 외부 적대세력의 대북압살책동에 전가하면서 오직 수령중심으로 단결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일관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외부책임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그와 함께 최고지도자로서의 자기책임에 입각해 미안하다고 한 것은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남한에 대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서해에서 우리 어업지도원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그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의 위협에 처한 남녘 동포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9.25, 청와대 앞 통전부 통지문)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개 대남 사과를 한 첫 사례다.

여기에는 지도자 개인의 성향도 있겠지만 향후 상황변화에 전략적으로 예비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지난 여름 북한이 대북전단 문제를 구실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고 추가적인 대남군사행동을 예고하며 긴장을 높이던 국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추가행동을 중지(6.23, 당중앙군사위 예비회의)시켜 수습했던 모양새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월 10일 새벽에 열린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 도중 울먹이고 있다. SBS 뉴스화면 캡처

최장수 공산국가를 이끄는 밀레니엄 리더십

북한은 현존하는 최장수 공산국가다. 소련은 최초의 공산국가이지만 지금은 소멸했고 중국은 북한 정권 수립 1년 후인 1949년에 탄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1984년에 태어난 통칭 MZ 또는 밀레니엄 세대다. 후계교육이나 국가운영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28세의 나이로 국가 지도자에 올랐다. 당연히 그 당시에 김정은 리더십에 대해 불확실한 전망과 논의가 국내외에서 이어졌다. 10년 세월이 지난 지금 그러한 불안한 시선은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드물어졌다.

그와 북한이 처했던 상황과 집중했던 과제로 보면 김정은 리더십 10년은 제7차 당대회(2016.5)를 전후로 집권 1기와 2기로 나눌 수 있다. 집권 1기에는 김정은 리더십의 안착과 핵무장 기술력의 완성을 목표로 내부의 공포정치와 대외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국제적인 고립과 비난 속에서 결국 두 과제를 달성했다.

내부 권력문제를 살펴보면 김 위원장은 장성택을 비롯하여 김정일의 운구차를 호위했던 당시 당·군·정 핵심실력자 6인을 모두 퇴장시켰다. 이들이 고명대신(顧命大臣) 역할을 할 새도 없이 친정체제를 굳히면서 30년 만에 당대회를 개최하고 당 중심의 국가 시스템을 정상화했다. 그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맞설 사람 또는 대안세력은 이제 없다.

핵무장과 관련해서는 국제 사회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집권 이후 제3차 핵실험(2013.2)을 단행한 것을 비롯하여 모두 네 번의 핵실험과 수십 차례의 미사일 시험을 반복하면서 핵기술 완성에 전념하였다.

7차 당 대회 이듬해인 2017년 김정남 암살(2월)과 ICBM 화성15호 발사 성공(11월)으로 1기 과제를 완성한 김 위원장은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하여 자신감을 과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남관계와 대미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북한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도 받아들이게 했다. 그것이 집권 2기의 출발이었다.

2018년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4월, 9월)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6월) 그리고 3차례의 북·중 정상회담(3월, 5월, 6월)은 김 위원장을 국제정치의 주요 역할자로 만들었다. 병진노선에 대한 확신이 생길 법도 했다. 결국 북한은 그 해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하고 앞으로는 경제발전문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2018.4, 당 전원회의)

그러나 2019년 북·미 정상회담(2월, 하노이)이 결렬로 끝나고 차기 회담일정을 잡지도 못하면서 5개년 경제개발전략이나 대미, 대남관계에 걸었던 기대도 빠르게 사라졌다.

젊은 지도자에게 실망감보다 낭패감이나 무력감을 주었을 상황이다. 그 해 연말까지 미국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겠다는 식으로 호기를 부리고 백두산 백마 등정을 두 번씩이나 하면서 결기를 보였지만, 자신의 전략적 계산법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와 연속 태풍으로 타격을 입자, 김 위원장은 이런 긴급 사태에 직접 나서서 전념하고 대미와 대남문제는 김여정 부부장이 나서도록 일부 권한을 위임하면서 대외전략 재검토를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김여정 부부장이 자신 명의의 담화에서 향후 “대미협상의 기본주제를 <비핵화 조치 대 제재 완화>에서 <적대시정책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주목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인민을 중심에 두지 않고서는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이 실패한 것으로 보고 전략을 수정할 것인지 아니면 목표 자체를 바꾸면서 새 전략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은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방역강화, 폭풍피해 최소화, 금년 추수와 내년 농사 준비, 가능한 범위에서 5개년 경제전략 성과를 도모한다는 아주 소박하고 절박한 목표를 담은 ‘80일 전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 달러와 위안화의 사용을 금지하여 국정통화로서 북한 원화의 위상을 정상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계속해온 국가 시스템 정상화의 연속선상에 있는 조치로 보인다,

북한은 원칙적으로 모든 어려움을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입장이고 정면 돌파란 “객관적 조건의 성숙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자원과 힘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뜻인 만큼, 외부의 선의보다는 내부 주민들의 희생과 인내를 더욱 요구하겠다는 말과 같다. 결국 북한이 새 전략을 내오든 기존 전략을 수정하든 인민들의 지지가 핵심 요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의 인민희생에 대한 자괴와 이에 따른 책임의식도 확고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의 북한은 국가의 정치시스템은 무기력하고 국민경제는 붕괴에 직면한 상황에서 핵개발을 하는 바람에 북한 스스로 시한폭탄이 되어 우리와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자신에게도 위협이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러한 김정일의 북한을 공식 마감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중 정상들과 회담을 하며 세계인의 주목과 환영을 받은 것은 바로 이런 요구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의 희생과 인내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국제사회의 지원과 지지가 따라주지 않으면 보상 없는 희생에 그칠 뿐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면서 10년의 국정경험을 가지게 된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3기를 새로운 눈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평화재단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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