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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길을 비켜라!

기사승인 2020.12.03  10: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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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LOFO칼럼 제528호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도라전망대」에 몽골식 텐트를 세워 평화부지사와 공무원, 지원인력 등 6명이 상주하는 집무실을 열려고 했다. 퍼포먼스적인 면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개성공단 재개의 환경조성을 위해 선택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관할 군부대도 허가한 사안이다. 하지만 유엔사의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되었다.

이 부지사의 행동은 크게 평가할 일이다. 남북교류협력의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유엔사’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금껏 이를 위해 실제 행동한 인사나 정치인이 있었는가 말이다. 집무실을 다른 곳이 아닌 「도라전망대」에 설치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본질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집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라산 전망대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차단하고 있는 유엔사의 행동이 부당하다는 공감대 확산의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는가.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며 지난달 10일부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집무실을 설치했다. 민주평통 관계자들이 이 부지사를 지지방문했다. 경기도 제공

 

유엔사의 비군사적 출입통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부지사의 집무실 설치무산은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리적 분단 극복에 엄청나게 큰 난관이 조성되어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도라전망대」를 방문하려고 해도 신상명세의 사전 통보는 물론, 현장에서 건물에 이르는 데까지도 그 절차가 만만치 않다. 유엔사가 전쟁도 아닌데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까지 일일이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민다.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한 차단과 통제란 말인가.

판문점 관광을 허락한 상태지만 출입은 유엔사의 허가 대상이다. 가는 도중 유엔사 차로 갈아타야 하며, 유엔사 미군장교 안내를 통역을 통해 받는 형편이다. 유엔사는 그동안 남북교류협력 사안에도 제동을 건 경우가 허다했다. 남북철도 경의선 북쪽 구간 현지조사 통행은 물론, 통일부 장관의 대성동 마을 방문에도 기자단 출입을 불허한 바 있다. 2019년 1월에는 인도적 사업인 대북 타미플루 지원도 약품을 싣고 갈 화물트럭이 대북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유엔사의 임무는 정전협정의 유지관리다. 전쟁행위를 관리하는 것이다. 군사적 적대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다.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까지 승인하는 것이 정전협정의 취지와는 맞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유엔사의 승인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사 규정 551-4’에 의하면 출입인가 대상은 유엔사 군정위 대표를 유엔사 지시를 받은 정전 관련 특별조사단과 중립국 감독위원회, 대성동 주민, 한국군 전방사단 소속 민정경찰 등으로 나타난다.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은 사전에 승인을 거쳐야 하나, 그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 국방부는 이미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만 유엔사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공식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통일부도 “비군사적 성격에 속하는 환경 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에 대한 유엔사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말한 바 있다.

 

부당한 승인권 행사에 반대활동을 전개해야

지금부터라도 고쳐야 한다. 미국이기 때문에 타성에 젖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길 수는 없다. 유엔사를 넘는 것이 남북대화 재개의 첫걸음이다. 문 대통령이 DMZ를 아무리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려고 해도 유엔사가 넘을 수 없게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개성공단 재개도 우선 연결이 되어야 한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십 수 년 이상 걸릴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갈 수도 없게 해야만 하는가. 개성공단 기업들은 당장이라도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96%가 재가동 의사를 보였다. 입주 시기도 98%가 현 정부 임기 내를 원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이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미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는 상황이 협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이재강 평화부지사의 1인 시위는 우리 전체의 시위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유엔사의 부당한 승인권 행사에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경기 부지사의 집무실을 릴레이 방문하고 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가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엔안보리는 물론, 청와대에도 청원하는 것이다. 민간단체의 성명과 함께 전문가들의 세미나를 통해 전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서트와 각종 행사를 기획하자. BTS를 초청해 유튜브 생중계를 해 전 세계에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장 집무실은 민간기관과 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체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범국민적 운동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유엔사 때문에 남북한 교류협력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지난 67년의 관행이 더 이상 지속되게 해서는 안 된다. 유엔사는 길을 비켜라!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김영윤 korealofo@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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