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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금강산·대×강 맥주

기사승인 2020.11.30  12: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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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LOFO 칼럼 제527호

‘대x강’이라는 맥주

동네에 수제 맥주집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대동강 페일에일’이라는 생맥주를 판다. 페일에일은 라거와 다른 방식으로 제조되는 에일 맥주의 한 종류라고 한다. 언론에서도 종종 소개된 대로 ‘대동강’은 북한의 맥주 브랜드이고 7가지 종류에 맛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의 한국 특파원이던 시절 다니엘 튜더(Daniel Tudor)는 “한국에는 맛있는 전통음식이 많지만 맥주는 북한에 떨어진다”라고 썼다. 그는 한국에 관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북한에 대해서는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등 감각적인 제목의 책을 썼고 저널리스트의 글답게 날카롭고 재미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자 맥주 회사 창업에 동참했다고 하는데 그곳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 중의 하나가 대동강으로 통용되는 ‘대censored강’ 페일에일이다.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이 맥주를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있는 대강 페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병 라벨이 ‘대x강’으로 된 연유에 대해서는 “이 맥주는 벨기에에서 생산되어 한국으로 수입형태로 들어오는데 통관 과정에서 ‘실제 대동강물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대동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통관이 어려워져 ‘동’자에 censored 라는 스티커를 붙여 통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부터는 라벨을 그렇게 인쇄했다고 한다.

 

통합과 함께 사라진 동독 물건들

서론이 길어진 것은 두 해 전, 통독 후 동독지역에서 생겨난 히든챔피언에 관해 연구하면서 ‘통독 후에도 살아남은 동독 브랜드’를 함께 살펴본 기억 때문이다.

1990년 7월 1일, 아직 통일(10. 3일)이 이루어지기 몇 달 전이지만, ‘통화·경제·사회통합’이 발효되면서 동서독은 사실상 한 나라가 되었다. 이 시기를 다룬 독일 영화에 ‘굿바이 레닌’이 있다. ‘타인의 삶’과 함께 통독 전후를 그린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로서 재미있고,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으며 당시를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굿바이 레닌’의 시대적 배경은 1989년 10월부터 장벽 붕괴, 통합을 거쳐 1990년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이다. 필자의 책 ‘독일견문록(2005)’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지금은 절판되었지만, 다행히 교보문고에서 e-book으로 구입할 수가 있다).

통독 후 동독경제가 어려움을 겪은 주된 이유로는 동서독 마르크화의 1:1 교환과 그후의 급격한 임금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주된 수출시장이었던 동구권의 붕괴, 그리고 동독주민들의 서독제품 선호가 거론된다. 이 영화에서는 동독의 상점들이 얼마나 빨리 서독의 물품으로 채워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동독의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리는지가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살아남은 동독제품들

그런데 통일 후 세월이 지나면서 옛 동독에서 애용되던 물건들이 다시금 많이 팔리는 경우가 생겨났다고 연구자료와 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 주요 품목은 맥주, 스파클링와인, 초콜릿, 세제 등과 같은 음식료품, 기호품이나 가사용품들이다. 아무래도 동독시절 익숙했던 데다, 품질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고, 여기에 Ostalgie(오스탈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Ostalgie는 동독을 뜻하는 Ost와 향수를 뜻하는 Nostalgie의 합성어이다.

이들 중에는 동독지역뿐 아니라 서독지역에서도 자리를 잡아 독일 전역에서 상당 정도 점유율이나 인지도를 가진 제품들도 있다. 빨간 모자라는 뜻의 로트케프헨(Rotkäppchen)은 스파클링 와인 중 1위를, 하세뢰더(Hasseröder)와 라데베르거(Radeberger)는 맥주 시장에서 10위 안팎을 점하고 있다. 할레연구소와의 공동연구차 들리던 할레(Halle) - 작곡가 헨델의 생가가 있다 - 에서는 과일을 넣은 초콜렛이 유명했다.

이들 제품, 그리고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시장경제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은 동독지역에 생산과 고용을 유지·확대하고, 동독시절의 기억이 담긴 제품을 제공하며 서독지역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트라비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동독의 국민차 트라반트는 좀 다른 경우이다. 2기통 엔진에 최고 속도 100㎞였던 이 차는 통독 후 얼마 안 되어 거리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베를린에서 트라비를 렌트하거나 가이드투어하는 상품이 성업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나라 바깥 여행은 불가능하고, 아내와 즐기던 동네 술집 순례도 주저하게 되는 요즘이다. 대신 반가운 지역의 이름이 담긴 세계맥주를 골라보는 게 소소한 낙이 되었다. 얼마 전 대×강 맥주를 사볼까 하고 여기저기를 다녀보았는데 어쩐 일인지 구할 수가 없었고 대신 백두산, 금강산이라는 이름의 맥주를 발견했다. 내년에는 세상 구경 다시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대동강, 백두산, 금강산에서 그곳 맥주를 마실 수 있기를. 그때까지 포럼 회원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김영찬/ 국제지역학 박사, 전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김영찬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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