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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정부 손잡고 남북관계 물꼬 틀까?

기사승인 2020.11.09  11: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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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생명 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에 교계-정부·여당 인사들 참여

인도적 남북상생의 길을 내는 데 정부와 교계가 머리를 맞댔다. 형식은 학술포럼이었지만 내용은 교계와 정부·여당이 힘을 합쳐 꽉 막힌 남북관계에 길을 내자는 훈훈한 자리였다. 특히 그동안 보수 성향의 교계와 정부가 갈등·대결구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흐름의 변화도 감지됐다.

6일 오전 롯데호텔서울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남북생명 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에는 교계에서 소강석 예장합동 총회장을 비롯해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 이철 감리교 감독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가, 정부·여당에서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외통위), 이승환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남북생명 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에 참석한 교계와 정부·여당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학술포럼을 주최한 남북생명공동체연대 상임대표이기도 한 소강석 목사는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K방역으로 잘 관리하고 있지만 북은 철저한 봉쇄로 겨우겨우 견디고 있는 듯하다. 동족의 건강이 매우 염려된다”면서 “우리는 부와 자유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만큼 우리가 받은 축복을 북한 동포와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번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소 목사는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안보에 대해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북한체제에 대해서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자신이 소속한 보수교계의 입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 목사는 “그러나 민족공동체를 위해서는 열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아직은 서툴다. 새로운 상상력과 혁신, 존중으로 연합하고 연대한다면 하나님 말씀과 진리 안에서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또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 안에서 평화의 길을 찾을 것”이라며 “생명 안에는 좌우도 진보-보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6일 롯데호텔서울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남북생명 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에서 소강석 목사(남북생명공동체연대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앞서 지난 3일 소 목사는 교계 언론이 아닌 일반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통일부와 함께 대북 지원을 통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소 목사는 이 자리에서 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사건을 회상하며 ‘염소떼 방북’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 같은 소 목사의 적극적인 자세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정치가 많은 부분 인간에 의해 좌우되지만 저는 어느 날 영성의 정치의 시대도 도래할 거라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들을 목사님들이 많이 짚어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미국 대선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언급하며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과 미국이 공조하면서 대화를 통한 일관적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걸 미국에 전달하고 이를 확고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 정부도 전향적인 방향과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 높다”며 “이러한 때 일부에서 우려하듯 북이 차기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한반도에 인위적 긴장을 조성하거나 고조시킨다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북이 핵·미사일 실험에 나서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장관은 “그 (실험의) 결과로 북에 대한 부정적 여파는 증폭됐다”며 “그런 잘못된 선택이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유코리아뉴스

송영길 의원은 “우리 기독교가 많은 사람들에게 비아냥거림을 받는 이때, 이렇게 많은 목사님들이 진보-보수를 넘어 뜻을 모아주고 계시다”며 “저도 신앙인으로서 지금 기독교엔 피끓는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나’는 성경 말씀이 자신을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우리는 고통당하는 북한 동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에 단 태극기 배지를 보여주며 “저도 대통령도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는데 보수에서 정부를 비판한다”며 “이인영 장관도 저도 다 헌법기관이다. 대한민국 체제를 위해 일한다. 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중에 평양에서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을 앞당기는 남북생명공동체연대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교계 인사들의 훈훈한 덕담이 이어졌다. 이철 감독회장은 “큰 게 안 되면 작은 것부터라도, 우리 대에 안 되면 다음 대에라도 우리는 한 민족임을 잊지 말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했고,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은 “이인영 장관이나 송 의원, 윤 의원이 다 신앙인이고 믿음으로 함께하는데 그런 속에서 남북생명공동체를 함께함이 큰 축복”이라고 화답했다. 이영훈 목사는 “오늘 이 모임이 분단된 남북이 하나의 길을 가는 데 귀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고, 오정현 목사는 “성경에 보면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역사적인 사건을 섬기는 하인들이 나오는데 오늘 이 일을 섬기는 분들을 그 하인들의 비유로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 소강석 예장합동 총회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 ⓒ유코리아뉴스

이어진 학술포럼에서는 ‘남북생명공동체의 실현방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기조발제를 했다. 남북생명공동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남북생명공동체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은 정도상 소설가(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가, 환경적 고찰은 이만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가 각각 발표했고,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은 남북생명공동체 실현을 위한 평화경제를,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은 남북생명공동체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에 대해 발표했다. 사회는 윤은주 평화통일연대 남북상생본부장이 맡았다.

특히 이만열 이사장은 우리가 말하고 추구하는 통일이 ‘잘못된 통일’일 수도 있다는 성찰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이 북한을 생태계 파괴와 경제 불평등의 또 다른 사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북한의 형편없는 임금과 허술한 환경 보호는 이미 대기오염으로 신음하는 한국 속으로 빠르게 퍼져 나갈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부의 집중화 역시 통일의 문제점들 중 기후 변화 다음으로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밝힌 소수의 손아귀에 더 많은 부가 집중되는 세계적 흐름을 언급하며 “한반도의 분단도 못 먹고 못 사는 북한과 잘 먹고 잘 사는 남한 사이의 분단이 아니라, 남북한의 평범한 시민은 더 가난해지고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만 슈퍼 리치가 되는 분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개발은 태생적으로 단기적 이익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대기업 대신 윤리적인 거버넌스에 전념할 수 있는 정부 관료와 전문가들에게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정성헌 회장은 기조발제에서 ‘생명 없는 평화는 허구’라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한반도 생명공동체 협력 사업은 농업 살림, 산림 살림, 바다살림, 건강 살림 등 한반도의 자연, 인간, 공동체를 살리는 방향과 방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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