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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직실에서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다

기사승인 2020.10.22  1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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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통일의 꿈을 키우는 어린이들(2)

네 아이가 각기 밤참거리를 가지고 숙직실에 모인 것은 약 한 시간이 지나서였다.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나 혼자 고독을 씹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너희들이 와주어서 정말 반갑다. 고독해도 이틀마다 학부모님께 너희들 보내 달라고 칭얼칭얼 보챌 수도 없는 처지여서 한숨만 쉬고 있었다구. 하하하.”

“우리들 오니까 구세주 만난 기분이시죠?”

“그래, 그래.”

“아이 좋아라.”

네 아이는 각자 자기가 가져온 밤참거리를 내놓았다.

“야, 이거 숙직파티가 됐구나.”

“나도 너희들에게 줄 선물이 있다.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서 내 책이 나왔어. 오늘 낮에 소포로 열 권이 왔다. 너희들에게 한 권씩 선물을 하겠다. 동시집이야.”

“우와! 우리 선생님 최고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 운수대통이로구나!”

“제목이 뭐예요?”

“꾀병.”

“네?”

“꾀병이라구요?”

“야, 우리 이 동시집 읽고 꾀병 많이 부리자.”

“하하하, 하하하.”

아담한 표지의 동시집을 한 권씩 선물 받은 네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선생님, 졸업하고도 자주 찾아뵐게요. 그래도 되지요?”

“암, 좋고말고.”

일러스트 by 한재진

밤이 깊어가도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선생님.”

“왜?”

“겨울방학 때 땅굴 견학하고 오신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응. 도교육위원회에서 벽지교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기회인데 나도 같이 2박3일 코스로 다녀왔지.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뚫고 온 땅굴이었지. 꽤 길고 넓었다. 프랑스의 땅굴 파는 기계로 팠다고 하는데 참 대단했어.”

“이제 통일이 되면 그 땅굴 뭐에 쓰죠?”

“사람을 두더지처럼 땅굴로 다니게 했으니 원!”

“그러니까 큰 맹꽁이지.”

“얘들아.”

“네?”

“너희들 혹시 경주에 가 본 일이 있니?”

“없어요.”

“그래서 우린 모두 우물 안 개구리예요. 아직.”

“경주에 가면 옛날 신라시대에 사용했던 돌로 된 냉장고가 있단다. 그 이름은 석빙고란다. 왕궁에서 얼음이 필요할 때 거기다가 얼음을 넣어 뒀다가 썼다는 거야.”

“그때도 얼음공장이 있었나요?”

“아니지, 겨울에 얼음을 잘라서 거기에 저장해 두었다가 여름에 쓴 거지.”

“녹지 않았나요?”

“그러니까 냉장고지.”

“히야! 그거 대단한데요?”

“그럼.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슬기를 짐작케 하는 좋은 본보기요 증거가 되는 일이지. 그래서 말인데.”

“....”

네 명의 아이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선생님의 다음 말씀을 기다렸다. 침을 삼키는 바람에 목에 걸려 있던 음식물도 같이 넘어 갔다.

“통일이 되면 그 땅굴들을 커다란 냉장고로 쓰면 어떨까 생각했다. 여름엔 시원해서 농산물을 저장하기에 안성맞춤이거든. 과일, 채소, 꽃 같은 것들을 이왕 큰 돈 들여 만든 것 요긴하게 써야 할 것 아니니?”

“그럼요, 그게 좋겠네요.”

“그런데 선생님, 냉혈동물들은 겨울에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잔다지 않아요? 땅 속이 따뜻하다면서요?”

“그렇지, 겨울엔 온장고로 써도 되는 거지. 가을에 과일들을 따서 그 땅굴 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2월, 3월에 아주 비싼 값으로 외국에 수출을 하면 얼마나 유리하겠니? 과일이 귀할 때 팔면 제값을 받기가 쉬운 법이니까.”

“선생님, 그거 아주 멋진 생각이세요. 특허를 미리 내세요.”

“그건 무슨 특허가 되나? 분명 발명특허는 아니고.”

미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현대판 석빙고 실용특허.”

철호가 말했다.

“아마 그렇겠군.”

“그거 특허 내서 우리나라의 농산물들을 다 거기에 저장했다가 값이 비쌀 때 팔면 우루과이 라운드도 극복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어요.”

“참 그렇구나.”

“너희들도 우루과이 라운드를 이야기 할 정도니 그 우루과이 태풍이 세긴 세구나.”

“농사 못 지어먹겠다고 농촌 떠난 사람들이 한두 명인가요?”

“글쎄 말이다. 농촌엔 농촌대로 할 일이 많은데.”

“할 일이 아무리 많으면 뭘 해요? 돈을 벌 수가 없는걸요.”

“서울 가서 지게벌이를 해도 여기서 사는 것보다 낫대요.”

“선생님, 이게 다 중간 장사꾼 농간이래요. 배추 한 포기에 200원에 사서 2000원, 2500원씩에 팔아먹으니 세상에 그럴 수가 있어요?”

“음, 모처럼 내 고독을 위로하러 와서 그렇게 울분만 터뜨리면 어쩌니?”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삼천포로 빠졌지?”

홍시 두 개씩 쪼옥 빨아 먹고, 군고구마 까먹고 그러는 동안에 새벽닭이 울었다.

“내가 땅굴을 현대판 석빙고로 특허를 따게 되면 일손이 부족할 텐데.”

“선생님, 염려 마세요. 선생님은 ‘한국 현대판 석빙고 주식회사’ 사장님 되시고....”

“사장님이 뭐야, 요샌 회장님이 더 유행하던데.”

“그래, 맞아. 선생님은 회장님 되시고, 우리 넷은 사장 할게요.”

“헤헤, 떡 줄 놈은 아무 생각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네? 호호호.”

“미자 너 큰 실수했다. 지금 이 자리의 경우 떡 줄 놈이 누가 된다는 이야기냐? 응?”

미자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어머, 정말 죄송해서 어쩌나?”

“어서 자수하고, 아니 자복회개하고 광명 찾아라.”

“선생님, 다시 말씀드리겠어요. 아까는 그만 아무 생각 없이 실수했어요. 떡 줄 분은 아무 말씀 없으신데 김칫국부터 마시네? 자, 이젠 됐지요?”

“오, 괜찮다. 원래 사람치고 말에 허물없는 사람이 별로 없단다.”

“회개했으니까 저도 사장 시켜 주시는 거죠? 선생님?”

“선생님이 아니야, 회장님이지.”

“아참, 실수연발이네.”

“좋아, 좋아. 그때 가서 지금 이 숙직실에서 이야기로 밤을 새웠듯이 세계를 향하여 사업계획을 세우며 다시 밤을 새우자꾸나.”

“좋아요.”

“멋져요.”

“신나요.”

“사람은 꿈을 먹고 사는 동물이란다. 꿈이 있는 사람은 기쁨이 있지. 현대판 석빙고에 저장했던 농산물을 세계에 내다 파는 거야.”

“한 사람은 항공으로 화물을 나르는 총책임자.”

“한 사람은 해운으로 화물을 나르는 총책임자.”

“한 사람은 육운으로 화물을 나르는 총책임자.”

“한 사람은 경리 총책임자.”

“하하하, 하하하.”

“그러나 저러나 이 아이디어 훔쳐 가면 곤란한데.”

“쉿!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했어. 작게 말해.”

“알았어, 알았어.”

모두들 토끼처럼 눈이 빨갰지만 얼굴엔 미소가 넘쳤다. <계속>

 

박승일

1942년 12월 23일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났다. 실제는 1940년생이다. 교사로 18년, 목회자로 32년 일했다. 한국문인협회 및 국제PEN 한국회원이다. 저서는 동화, 수필집 등 65권이다. 현재는 춘천장로교회 은퇴목사다.

박승일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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