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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이후 한반도정세 전망

기사승인 2020.10.22  09: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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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LOFO 칼럼 제523호

미국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압도적 국력과 국제정치에 대한 영향력으로 인해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늘 뜨거운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그 결과가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첫째는 ‘코로나 사태’라는 미증유의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제정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美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기존의 전형적인 미국 대통령상과 동떨어진 언행을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의 평가를 확인코자 하는 것이다. 셋째는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선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북미대화가 절실하며, 비핵화 성패 여부가 차기 미행정부 임기 중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제재, 코로나 사태, 자연재해라는 삼중고 속에서 차기 미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대미관계의 수위조절에 부심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21년 이후 한반도정세는 어떤 변수보다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美대선 이후 북미관계는, 누가 당선되든, 기본적으로 대화를 기조로 하는 대북 관여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을 경우는 물론,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현재로서는 외교적 해결책보다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이미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협상은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북한은 적어도 핵이나 ICBM 발사 실험을 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서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미협상은 정상 간 신뢰를 기반으로 급속히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적 업적을 쌓기 원하는 재선 대통령의 야심과 노벨 평화상의 유혹, 거기에 남북관계의 진전을 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가세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와는 달리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2021년 초부터 대북문제에 전향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역시 트럼프의 재선을 축하하면서 제재완화를 위한 실무협상에 나서고,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함으로써 내년에는 ‘제2의 2018년’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양측 모두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점, 비건(Steven Biegun)을 책임자로 하는 대북협상팀의 존재, 그리고 정상 간 케미가 작동함으로써 바이든이 집권하는 경우보다 훨씬 빠르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상반기 중에 본격적인 대화의 장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에는 새로운 내각과 실무팀 구성 등에 시간이 필요하고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국내정치의 긴박성에 비추어 북한과의 대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은 ‘My Way’를 내세우며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바 있는 ICBM이나 SLBM의 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북핵문제는 다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면서 한반도는 상반기 중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반기쯤에는 다시 대화가 재개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양측 모두 무력충돌과 같은 막다른 선택은 쉽지 않은 상황이며, 한국이 대북 강경노선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든이 집권할 경우, 과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패턴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디만 양측의 속내를 파악하고 어느 정도의 신뢰를 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후 협상의 진척은 상호 양보, 특히 미국이 얼마만큼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에 화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누가 당선되든 대화 재개 시점이 다를 뿐, 비핵화 협상은 2021년에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상황은 역설적으로 적절한 명분과 모양만 갖춘다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 집권 시에는 한국의 중재노력이 필요하게 되며 북한도 한국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한 언급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북미관계의 전도는 빠르면 내년 1월의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안다”는 말이 있다. 일부에서는 백인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기 때문에 막판 역전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선거인단 선거라는 독특한 선거제도로 인해 양측이 총득표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경우에는 지난번처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국정부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새로운 상황전개에 대비한, 즉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과 함께 미중관계의 불확실성이라는 변수를 고려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중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는 2021년에 펼쳐질 것이다. 이를 대비하는 차원은 물론, 향후 본격적인 미중 패권경쟁 시대를 앞두고 한국정부는 국내정치의 안정을 기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남북관계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을 배타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보완적인 것으로 활용하는 지혜로운 외교가 절실하다.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대국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의 분발과 언론의 각성을 당부해마지 않는다.

추원서/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추원서 korealofo@naver.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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