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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기사승인 2020.10.20  09: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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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반도의 북쪽 절반의 사정은 대강을 짐작할 뿐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북측의 사정도 있지만, 남측 언론의 자기검열과 정보 소통의 제약 탓도 적지 않다. 북한 소식의 단편적인 편린으로 대강을 짐작할 뿐이다.

최근 북측 주민들의 삶의 형편은 대단히 고단한 처지인 듯하다. 우선 북미관계의 회복이 기대보다 더디고, 유엔의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이다. 콩기름이 북측 국경을 넘으려면 양철깡통을 사용하지 못하고 종이팩에 담아서 운송해야 하는 지경이니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2020년 2월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의 필요 때문에 북측 스스로 국경을 닫았다. 특히 중국과 마주한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 평안북도 주민들의 삶이 대단히 고단한 처지가 되었다. 접경지대의 방역을 위해서 중국과의 이동은커녕 군 단위 이동도 쉽지 않다고 한다.

2020년 여름에 불어온 태풍의 피해도 컸다. 제8호 태풍 바비는 서해와 황해도 일대를 휩쓸고 올라가서 평양을 비롯한 내륙을 휩쓸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은 강원도 지역에 물폭탄을 떨구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울산에 상륙해서 경주와 강릉을 거쳐 함흥지역에 다시 상륙해서 소멸했다. 온대저기압으로 바뀐 하이선은 한반도와 만주, 러시아 일대에 많은 비를 뿌렸다.

태풍 피해에 대해서 북한의 매체는 이례적으로 24시간 뉴스 특보를 계속하기도 하고, 앵커가 직접 현장에 나가서 허리까지 잠긴 채 방송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사리원에서는 뿌리째 뽑힌 가로수들이 즐비하게 넘어진 모습도 방영했다. 백화점 외벽이 떨어져 나가서 잔해물이 길에 떨어지고, 대동강 하류의 남포시에서는 여러 곳에서 도로가 침수되어 교통이 마비되었다. 허리까지 차는 흙탕물에 잠긴 원산 시내의 주요 거리의 모습과 강인지 시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통천군의 모습이 북한 중앙텔리비전 화면에 비쳐졌다.

북한의 관영매체는 태풍 바비가 약 4만 정보에 달하는 농작물에 피해를 끼쳤고, 개인주택 1만 6천여 세대가 피해를 보았으며, 공공건물 630동이 파괴되거나 침수되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은 태풍의 피해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규모가 크지 않은 것처럼 감추는 경향도 보인다. 태풍 바비로 직격탄을 맞은 황해도의 작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황해남북도는 곡창지대로 이 지역에서 흉작이 될 경우 북한은 내년 식량 수급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태풍 마이삭으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를 겪은 강원도와 원산 지역에서는 지역 당간부를 ‘반당 행위자’로 해임하고, 함경남도 당위원장을 교체했다. 평양시의 당원들이 대거 함경도의 피해복구에 동원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개서한을 보내서 피해복구를 독려했고, 노동당 75주년 기념식에서는 감정에 복받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북한은 지난 1994년부터 3년간 계속된 대홍수로 인해서 주민의 10분의 1이 아사하는 대참변을 겪었다. 당시 북한 주민은 국가배급에만 의존했으나 지금은 장마당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유엔 대북제재로 인해 안팎에서 외부와 고립된 북한 주민들의 겨우살이는 혹독한 처지가 될 수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의 물자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재 북한당국은 방역을 핑계로 큰물 피해와 관련한 외부의 지원에 대해서 매우 소극적이다.

장기화한 경제난에 코로나19와 오랜 장마가 겹치고 태풍까지 연이어 몰려와서 3중, 4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겨우살이가 염려된다. 평양의 식량공급을 강조하는 당국의 발표를 통해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10월 10일의 당 창건일 행사를 위해서 수해 복구를 마치려는 당국의 계획도 주민들에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정신무장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입장은 이해가 되나 주민들의 삶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의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무기 개발 문제로 인해서 동북아 일대의 사정은 냉랭하다. 하지만 지난 90년대의 고난의 행군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민족적인 아픔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북한 주민의 겨우살이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인도적인 지원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변창배/ 목사, 예장총회 사무총장 

변창배 cbbyun@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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