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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분단구조의 눈으로 봐야 한다

기사승인 2020.10.14  11: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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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기고문

1.

사람은 제각각 대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선호와 기준들에 따라 판단하고 수용한다. 그 기준은 대부분 직·간접적인 경험과 사회적 현상들 속에서 공유되고 있는 어떠한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들의 합이다. 혹자들이 “사람은 선입견의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우리는 선입견 또는 편견을 넘어 자기확신과 확증편향을 갖고 있어 쉽게 판단하고 규정하기도 한다. 일종의 자기방어이기도 하다.

우리가 북한사회와 탈북민들을 바라보는 시선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혀 다른 체제를 경험한 사람들을 수용해야 하는 남한사람들의 입장에서 탈북민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일종의 자기방어기제와 같은 셈이다. 이는 전쟁을 경험했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남북간의 체제경쟁은 오래전에 끝났으나 자기방어기제가 강한 일부 사람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체제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탈북민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이런 공포에서 비롯되는 경계심이기도 하다. 이는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서로에게 불편하지만 분단체제를 살아내야 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과정인 것이다.

실패한 사회에서 온 사람들은 대부분 원주민들에겐 환영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수용하는 데 사회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북한은 실패한 사회지만 여전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회다. 그리고 분단이라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이웃이다. 그래서 탈북민들은 환영받기도 하면서 환영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낯선 이방인이다.

남북관계가 이렇다보니 수용자인 남한사람들 입장에서 탈북민들에 대한 다양한 선입견과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당분간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할 아픈 과정이다. 동서독이 통일이 된 지 올해로 30주년이다. 그러나 여전히 동서독간에도 30년이란 세월을 극복해내지 못한 편견과 깊은 갈등이 존재한다. 하물며 남과 북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오랜 시간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

탈북민들에 대한 남한사회의 여러 편견들 중에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도 있는듯하다. 이번에 유코리아뉴스의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기획연재를 통해 알게 됐다. 사실 필자가 남성이다 보니 크게 느끼지 못했었다. 탈북여성 당사자들이 느꼈을 경험을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대해 남성인 필자가 의견을 내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다만 같은 탈북민으로서 ‘탈북’이라는 비슷한 경험 속에서 ‘여성’이라서 겪는 그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중국에서 탈북여성들이 겪는 고통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어머니가, 누이가, 여동생들이 겪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을 당사자인 탈북여성들이 깨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탈북여성들을 평가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낸 삶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왜 탈북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다른 시선으로 평가되어야 하는가.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탈북민들이 겪은 ‘탈북’이라는 과정 속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아는 게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항상 약자였고 약탈의 대상이었다. 특히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난민들 중 상당수의 여성들은 성적 착취는 물론 단돈 몇 푼에 팔려가기도 한다. 많은 탈북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로 팔려간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중국남자와 강제로 결혼을 하거나 돈벌이를 위한 성적 노동에 착취당하기도 한다. 적게는 10대부터 20~30대 한창 청춘을 꽃피울 나이에 팔려가서 노예처럼 살아내야 하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감히 가늠하고 평가한단 말인가.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면 북송되기 때문에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옥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죽음을 무릅쓴 탈출 외엔 선택지가 별로 없다. 그래서 탈북여성들을 “성적으로 어떻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분단체제라는 시대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탈북여성들이 탈북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받은 수모를 지금 남성의 기준에서, 남한사회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극히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예수 앞에 서 있는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 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과 무엇이 다른가.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 일부 스스로 선택한 탈북여성들은 그들만의 어려움이 또 있는 것이지 그런 것 때문에 탈북여성들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생사를 걸고 탈출하여 남한사회에 왔으나 또 다른 생존경쟁이 있기 때문에 각자가 직면하는 현실을 타개하는 건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선입견이나 편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경우엔 다르다. 탈북민에 대한 편견은 분단체제라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1차적인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지만, 정권에 대한 증오는 그대로 남을 뿐 현실은 변함이 없다.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한 한반도 문제, 결국 우리의 문제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 5천 명 정도 된다. 이 중 70% 정도가 여성이다. 그리고 아직도 중국이나 제3국에 적어도 수만 명 이상의 탈북민들이 생사를 건 탈출을 기다리고 있다. 분단을 극복하지 않는 한 오늘도 내일도 또 다른 죽음을 무릅쓴 이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3.

결국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탈북민들은 남한사회에 대해 배워야 하고, 남한사회는 탈북민들을 가르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왜 탈북민들만 남한사회에 적응해야 하는가. 둘 다 서로에게 적응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좁힐 수 있다.

남북관계에 따라, 사건이 터질 때마다 탈북민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냉전이데올로기를 넘어서지 못한 정치가 탈북민들을 계속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더욱이 자정능력을 잃은 일부 탈북민들이 돈벌이로 자처하는 왜곡된 정보 장사는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언론미디어에서 소모하는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방송들은 언론개혁의 몫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정치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여전히 분단으로 인한 냉전이데올로기 사고로만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낡은 생각들이 무너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픈 사회이다. 트라우마가 움직이는 사회다. 냉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북교류를 주장하면 여전히 ‘빨갱이’라 낙인 찍히고, 성조기와 일장기가 광화문광장을 덮고 있는 오늘, 이 모든 것이 냉전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겪는 아픔이다. 스스로 다른 나라의 국기를 휘날리면서도 애국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사회라는 걸 우린 지각하지 못한 지 오래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 아닐까. 세계 10대 경제대국, 국방비 지출 세계 9위인 대한민국이 왜 이토록 자신감이 없는 것일까.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결국 정치가 해결해야 된다고 믿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북한은 국가로 존재한다. 미워도 북한은 우리의 이웃으로 존재한다.

물론 당사자인 탈북민 개개인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각자 남한사회에 정착하여 잘 살아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열하게 일해서 돈을 벌고 성실하게 또 동등하게 살아낸다면 그것으로 탈북민들은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남한사회에 달려 있다. 미국으로의 이민이 한창이던 시기 이민 1세대들은 인종차별과 온갖 종류의 궂은 일로 오늘의 한인사회를 일궜다. 그리고 오늘날 이민 2세대 3세대들이 미국의 상원과 하원에서 정치인으로, 사업으로 주류사회에 당당히 진입하고 있다. 이렇듯 탈북민 1세대는 어쩌면 척박한 토양을 개척하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1.5세대인 필자 또한 이를 운명이라 여기는 까닭이다. 

조경일/ 국회 사무총장실 근무

*본 기고문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조경일 unitydream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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