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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로나 방역과 개인정보: 인권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기사승인 2020.10.13  11: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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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47호

한국의 코로나 방역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상황을 맞아 각 국은 자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응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과 같이 초기에 해외 입국을 차단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한 나라도 있고,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며 다소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집단면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국가들에서 일정기간 동안 봉쇄(Lock-down) 정책을 시행하였고 접촉자 추적을 위해 감시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격리를 강제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국가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많아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방역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요인으로는 감염병 환자의 역학조사를 통한 접촉자 파악, 신속하고 적극적인 진단 검사, 확진자 동선을 포함한 감염병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드라이브스루와 같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검사,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등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평가에 고무되어 한국 정부는 이를 ‘K-방역모델’로 명명하며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K-방역모델은 ‘①검사·확진→ ②역학·추적→ ③격리·치료’로 이어지는 3T(Test-Trace-Treat)로 표현된다.

한국의 방역 조치는 심도 깊게 연구할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접촉자 추적 앱이나 위치정보의 활용과 같이 해외에서도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개인정보의 수집이나 감시 기술이 일정하게 사용되고는 있지만 한국처럼 광범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드문데, 다른 한편 이러한 강력한 감시 조치가 방역에는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감시 기술 사용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존재한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에 대한 온라인 국내외 언론설명회에서도 이 시스템의 남용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의 방역 모델, 혹은 해외의 다른 모델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시 기술의 사용과 관련해서는 방역에 필요한 만큼만 비례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실제로 방역에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는지, 강제적인 조치가 아니라 자발적인 조치가 우선할 수는 없었는지 등을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하여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감시와 추적을 통한 접촉자 파악이 아니라 봉쇄 정책을 취했다면, 이 역시 다른 방식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책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연 무엇이 ‘성공’적인 대응인가라는 점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감염병 대응 정책은 단지 보건의료적 측면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방역을 목적으로 이동을 제한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감염병 환자와 사망자의 무조건적인 최소화가 아니라 기본적인 경제적, 사회적인 삶을 유지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 사회의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감염병 발병 수준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성공의 기준 역시 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국의 방역 모델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평가와 논의는 필요하다. 현재의 모델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는 메르스에 대한 대응 실패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했던 기억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또한 메르스 유행을 전후하여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하여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대응의 법적 근거를 이미 만들었기 때문에 강압적 조치에 대한 적법성 논란을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확진자 동선 공개 정책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계속 업그레이드 된 것처럼,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대응 방법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우리가 맞이할 마지막 감염병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방역 과정의 개인정보 침해와 과도한 감시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와 인권’ 정책 문서를 발표하며 “모든 긴급 조치는 적법하고 비례적이며 필요하고 비차별적이어야 하며, 특정한 초점과 기간을 가져야 하고 공중 보건 보호를 위한 가장 덜 침해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한국의 방역 조치도 이러한 인권 기준에 맞춰 평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큰 논란이 일었던 쟁점은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정책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나친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일부 확진자들이 인터넷 상에서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한 확진자는 부인과 자녀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처제만 양성 판정을 받아 불륜이 아니냐는 근거 없는 의혹을 받았다. 여러 곳을 돌아다닌 확진자는 마치 감염병을 일부러 퍼뜨린 것처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성소수자들은 동선 공개를 통해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낙인 찍히고 혐오의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자신의 동선이 공개되는 것이 더 무섭다고 답변할 정도다. 이와 같은 방식의 동선 공개는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개된 동선이 비난과 혐오 발언에 노출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동선을 숨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선 공개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확진자별 동선 공개는 불필요하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 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파악하는데, 예를 들어 어떤 식당에 비슷한 시각에 있었던 다른 손님과 같이, 확인하기 힘든 접촉자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여 확진자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이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접촉자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 확진자의 동선은 공개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확진자별 동선이 아니라, 임의의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시간과 장소의 목록만을 공개하고, 시민들은 그 시간과 장소에 본인이 있었는지 확인하면 충분하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질병관리본부도 개인별 동선을 공개하지 말고 장소목록 형태로 지역, 장소 유형, 상호명, 세부주소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확진자별 동선을 공개하고 있고, 정부도 이에 대해 아무런 감독을 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개인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보존

감염병 예방법에 의해 보건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확진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진료 내역, 출입국 기록,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 사용내역, CCTV 영상정보, 휴대전화 위치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다. 이것들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들이어서 수사기관조차 접근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데, 감염병 예방 목적으로는 보건당국과 지자체장의 요청만으로 손쉽게 수집이 가능하다.

또한 감염병 환자뿐만 아니라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면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감염병 의심자를 감염병 환자와 접촉한 사람뿐만 아니라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까지 포함하고 있어 자의적으로 그 대상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초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 서울시는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클럽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받았는데 그 수가 무려 1만 명이 넘었다. 그러나 1만 명이 넘는 사람을 감염병 의심자로 간주하는 것은 과도하다. 또한 확진자가 5월 2일 새벽에 클럽을 방문했었음에도 불구하고 1주일 전인 4월 24일부터의 클럽 주변의 방문자 개인정보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역학적인 필요성도 불분명했다.

수집된 개인정보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하는지도 모호하다. 정부는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이 시스템은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를 고려하여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는 즉시 개인정보는 파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질병관리본부에 질의하여 받은 답변은 반대였다. 메르스 사태 이후 수집된 확진자와 격리자 정보는 파기하지 않았으며 준영구적으로 보존할 예정이라고 하며, ‘코로나19 상황의 종료’에 대한 판단 기준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방역과 민주주의 조화, 어떻게 할 것인가?

해외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국과 같이 확진자의 과거 동선에 대한 추적과 감시에 기반한 방역 시스템이 왜 일반적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개별 확진자의 역학조사에 기반한 대응보다는 봉쇄조치와 같은 다른 대책이 더 효과적이었을 수 있고, 기본권 제한 조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메르스 이후 관련 법제를 이미 도입한 한국과 달리 다른 나라는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논란이 많은 법제를 도입할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인식해야 할 점은 한국이 개인의 2주 동안의 행적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를 더 많이 사용하고 전국 어디에서나 버스와 지하철을 탈 때 단일한 교통카드를 이용하며, CCTV가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역이라는 공공 목적을 위해 이러한 정보들이 수집되지만,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내 동선이 추적되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권력은 과거의 독재자보다 권력을 남용하려는 욕망은 적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실질적으로 권력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은 훨씬 강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서 벗어나는 사회 시스템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제도, 모바일 환경에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할 수 있는 휴대전화 실명제, 주민등록번호와 연계되어 온라인에서 개인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본인확인 제도 등이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벗어난 감시 시스템의 물질적인 기반이다.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도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방역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에만 의존하는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를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올해 8월 5일에 발족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 감염병 예방법도 개인정보 보호원칙을 반영하여 개선될 필요가 있다. 자가격리자 감시를 위한 손목밴드(전자팔찌)와 같이 법적인 근거도 없이 사실상의 강제조치가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한 국가의 방역이 성공적인지 여부에 대한 평가는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는지 여부와 함께 얼마나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스템인지 고려해야 한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오병일은 1998년 진보네트워크센터 설립 당시부터 상근 활동가로 근무하면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및 통신비밀의 보호, 정보공유, 망중립성 등 정보인권 옹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지식의 독점에 반대하는 단체인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대표도 맡고 있으며,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 등 정보인권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민주적인 인터넷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KIGA)'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병일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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