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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이 말하는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기사승인 2020.10.09  04: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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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리아뉴스는 지난 7, 8월 두 달에 걸쳐 부산, 울산, 광주, 경북 봉화, 강원도 속초, 수도권 등 전국의 탈북민들을 만나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결과는 ‘우리도 모르는 우리 속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들’ 기사를 비롯해 유코리아뉴스에서 검색할 수 있다.

이번엔 지난 여름 만났던 인터뷰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문제를 물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오고간 질문과 답변 속에, 또 본보 기사를 접한 뒤 ‘편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래는 전체 인터뷰이들이 모여서 집담회 형식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모일 수가 없어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집담회엔 국회에서 근무하는 조경일 씨, 악단 부단장이자 유튜버인 윤OO, 통일교육 강사인 한OO, 아파트 청소 미화원인 진OO 씨가 참여했다. 모두 탈북민들이다. 질문은 단 두 가지,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의 실체, 극복 방안이다. 논점을 최대한 좁히는 게 문제 제기와 해법 제시 모두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새겨진 탈북민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작은 실마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유코리아뉴스는 이 문제와 관련해 오는 28일엔 전문가들을 초청한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집담회에서 오고간 질문과 답변은 아래와 같다.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은 그야말로 남한사회가 가진 편견에 불과한 것으로 보시는지요? 아니면 원인이야 어떻든 ‘탈북 여성’ 스스로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조경일: 앞선 인터뷰(“탈북민 편견? 북한 혐오? 해법은 정치죠”)에서도 밝혔듯이 남한사회가 탈북민에 대한 편견에 더해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까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물론 제가 남성이니 여성인 당사자들이 느꼈을 경험이나 편견을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같은 탈북민으로서 탈북여성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남한사회에서 탈북여성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갖고 있든 간에 그건 잘못된 것입니다. 편견은 단어 그 자체로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사자인 탈북여성들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평가하기 전에 그들의 삶을 먼저 바라봐야 합니다. 왜 탈북여성들은 ‘편견’이라는 누군가들의 시선으로 비춰지는가 말이죠. 역사적으로 어느 사회나 여성들은 항상 약자였고 약탈의 대상이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탈북여성 전체를 그렇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일부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지 그런 것 때문에 탈북여성들을 ‘성적으로 어떻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 시대적 아픔입니다. 탈북여성들이 탈북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받은 수모를 지금 남성의 기준에서, 남한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건 위선자들 놀이에 불과합니다.

 

-진OO: 탈북민들은 이렇게 멋진 대한민국에서 자신들을 받아준 것에 그저 감사하며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편견?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에 더 원하며 살지도 말아야 합니다. 통일이 되더라도 북한 사람, 남한 사람이라는 말이 없어지기까지는 수십 년이 지나야 할 겁니다. 남과 북은 70년 넘게 헤어져 살았기 때문에 어떤 법이 나와도 서로의 편견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탈북민 스스로가 각자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 편견을 극복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OO: 저는 편견이란 것은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북에서 왔다고 하면 자기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탈북여성’이란 단어에서부터 부정적이에요. 고향을 버리고 왔다면서 ‘자식들 떼놓고 오기가 그리 쉽더냐?’ 등 많은 말들을 하시더라구요. 그렇기에 탈북여성 한 분 한 분들의 진심어린 행동이 중요한 겁니다. 조금 노력하는 척 티를 낸다면 그것은 위선이지 않을까요? 척이 아니라 이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배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은 물론 거주하는 동네분들, 매일 만나는 분들을 진실하게 대하고, 대화도 나눠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 스스로가 떳떳하게 산다면 편견이란 말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듯한데요. 물론 모르고 부족하면 그것도 무시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태어난 곳이 한국이 아니고 윗동네에서 태어났으니 모르는 건 당연하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상하게 행동하거나 처신하시는 탈북여성들도 있기에 그런 말을 들을 수도 있구요. 긍정과 부정 속에도 편견이 있듯이 고정관념적인 아주 나쁜 편견도 있지만 북쪽서 생각하던 고정관념적인 걸 버리고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주부니 동네 분들에게도 처음부터 북에서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마주칠 때마다 눈이 둥그레져서 쳐다보더라구요. 지나간 다음에도 나를 돌아보시구요. 하지만 6년간 일찍 강의 가고 저녁 늦게 오고 현관 마주칠 때마다 인사 꼭 해드리고 대화도 나눠보니 ‘열심히 산다’ 등 위로의 말씀들 해주시더라구요. 그때마다 힘이 났어요. 나를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나랑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진실한 자세와 진솔한 대화가 벽을 허무는 아주 조그마한 노력이 아닐까요? 소소한 데서부터 이해하고 공감하고 들어준다면 어떠한 편견도 허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윤OO: 지금 남한사회의 탈북민은 한마디로 아무리 잘하는 사람 100명이 있어도, 한 사람 때문에 상처받는 상황이에요. 언론에서 북한에 대한 게 터지면 탈북민 3만 4천명을 그렇게 몰아가잖아요. 근데 빨리 바뀌려면 탈북민 스스로가 바뀌어야 해요. 인구 대비를 봐도 탈북민이 바뀌는 게 한국 사람들이 바뀌는 것보다 빠르지 않겠어요? 한국 사람들 다 앉혀놓고 얘기할 수도 없고, 내가 바뀌는 게 빠르죠. 탈북민이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더 빨리 소통돼요.

유코리아뉴스 취재진이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을 주제로 탈북여성을 인터뷰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남한사회의 역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윤OO: 통계 같은 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탈북민 범죄 통계라도. 탈북민이 사고치는 것이 언론에 안 나올 순 없어요. 근데 한국 사람과 비교했을 때 어떤지 알려 줬으면 해요. 남한 사람도 죄 짓는데, 남한 사람이 사고 친다고 안하잖아요. 탈북민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라서 잘못하는 한계로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세금도 그래요. 탈북민이 세금 얼마나 쓰고 내는지 통계가 없어요. 제가 조사해 보니 대한민국 사람들 세금을 12억 7천 정도 내더라고요. 근데 제 주변엔 1년에 1억, 2억 세금 내는 탈북민들도 있어요. 여태까지 탈북민한테 300억 들어갔는데, 탈북민이 세금 내고 돈 쓰는 거 생각하면 내수 시장 확장을 위한 투자비용이 될 수 있잖아요. (탈북민이) 세금 쓰고, 사고 친다는 얘길 너무 많이 해요. 근데 (남한 사람들은) 내가 만든 쌀, 볼펜을 탈북민들이 쓴다는 걸 알아야 해요. 지금 내가 6년 동안 받은 세금, 낸 세금 정리하고 있어요. 유튜브 방송으로도 올리려고요. 세금 쓰고, 사고 친다는 얘기만 하면 앞으로 통일되기 어려워요.

편견을 깨라는 말은 와닿지 않아요. 어떻게 편견을 깰 것인가가 중요해요. 탈북민이 독이 아니라 득이 될 수 있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와서 남한 사람들이 잘 하려고 하지 않는 힘든 노동을 하고 애도 낳고. 표면적으로 탈북민을 이해하라가 아니라, 탈북민이 와서 얼마나 득이 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하나원에서 인성교육 할 때 편견 때문에 상처 받으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고, 스스로 자신감 갖게 성공한 탈북민을 많이 만나게 해주면 좋겠어요. 저도 하나원에 있을 때 성공한 탈북민들 정착 사례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하고 자신감이 심어졌어요. 남한 출신 강사와 추가로 성공한 탈북민이 와서 정착 사례를 얘기해주면 힘이 되고 모델이 되거든요.

 

-진OO: 정부는 탈북민들을 다문화, 다문화가족이라고 명칭합니다. 말로는 한 민족이라 하면서 어떤 때에는 다문화라고 하는 이 표현부터 다시 생각해봐야합니다. 이 말이 편견으로 들리거든요. 그리고 언론에서도 ‘탈북자’라고 명칭하는 것보다 ‘탈북민’이라고 썼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일하러 나왔는데 직장 언니들이 어제 뉴스에서 나온 바다에서 있었던 일(남한 공무원 피살 사건)을 말하는데, ‘탈북자, 탈북자’ 하길래 너무 싫었어요.

 

-한OO: 개인적인 생각인데 탈북여성 정치인도 나왔음 하는 바람입니다. 탈북민 중에서도 여성이 많은데 북한 출신 여성 정치인이 없는 게 아쉽더라고요. 아나운서까지 바라보는 탈북여성은 없겠지만, 창작자나 연기자도 있었으면 합니다. 이만갑, 모클(모란봉클럽) 이런 방송은 좀 틀에 째여 있는데, 북한을 비난하고 그런 방송보다도 ‘우리와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하는 걸 보여주는 영화, 연극이 많이 창작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많이 다루는 작품, 탈북여성들이 직접 그런 걸 만들면 목소리도 높이고 자신들이 설 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조경일: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이전에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필요합니다. 탈북민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도 깨질 것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남한사회의 편견을 깨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편견이니 그렇게 바라보지 마세요”라고 외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탈북민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은 철저히 강자가 약자들을 대할 때와 같은 것입니다.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이죠. 조선족들을 대할 때도, 동남아인들, 난민들을 대할 때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죠. 이런 편견을 깨는 건 어려운 과제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야 하는 거죠.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기다려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탈북민 개인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각자 남한사회에 정착하여 잘 살아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열하게 돈을 벌고 성실하게 또 동등하게 살아낸다면 그것으로 탈북민들은 역할을 다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남한사람들에게 달려 있죠.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달거나 미디어에서 소모하는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방송들은 언론개혁의 몫으로 남아 있지요. 정치적인 이유로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여전히 분단으로 인한 냉전이데올로기 프레임으로만 분석하고 설명하려는 낡은 가치들이 무너져야 합니다. 한국은 아픈 사회입니다. 냉전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빨갱이라 낙인찍는 사회, 성조기와 일장기, 그리고 이스라엘기가 광화문광장을 덮고 있는 오늘, 냉전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겪는 아픔입니다. 우리 스스로 옭아매고 있는 것이죠. 어떻게든 정치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됩니다. 그래야 탈북민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그 전까지는 탈북민들이 이 싸움에서 계속 소모되어 갈 것입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성원·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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