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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편견교육으로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넘기

기사승인 2020.10.07  11: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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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기고문

1998년부터 2020년 3월까지 한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33,658명 중 여성의 비율은 72.1%에 이른다(통일부, 2020). 이에 탈북을 하나의 ‘성별화된’(gendered) 현상으로 보기도 하는데, 남한사회는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이 구조화되어 있다.

탈북여성은 남한사회가 기대하는 고정적 성역할의 구조 속에 편입되고 있다. 김수경(2018)에 따르면 탈북여성은 남한사회에서 특정 이미지로 재현되는데, 이를 극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국내 결혼시장이다. 20여 곳의 탈북여성 전문 결혼정보업체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탈북여성의 이미지는 가부장제의 젠더 위계를 거스르지 않는 순종적인 여성성이 강조되면서도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 만큼 용맹한 행위주체성(agency)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이러한 이미지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탈북여성의 특징을 균형있게 바라보지 못하고 사회적인 편견을 양산해 왔다.

편견은 실제적인 경험 이전에 충분한 근거 없이 경직된 일반화에 근거를 둔 반감이다. 일상의 의사결정이나 행동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집단 전체나 그 집단의 구성원인 각 개인에게 향한다. 편견의 본질적 특성상 편견에 대한 의지적 개입이 없을 때 지속적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편견을 인식하고 해소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이미 온 통일이라고 불리는 북한이탈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탈북여성을 향한 남한사회의 편견이 무엇인지 밝히고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북여성의 행복한 남한정착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남북한 주민의 접촉이 확대되는 평화통일의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공산이 크다.

 

반편견교육이란?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갈등을 남한주민에게 인식시키고 남한사회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반-편견(anti-prejudice) 교육이 필요하다. 반편견교육은 다민족국가인 미국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사회문화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기되었다. 편견의 내용을 언급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릇된 편견을 형성하지 않도록 돕는다. 다른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차별적 행동이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게 하고 다른 집단 구성원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긍정적 정체성을 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반편견교육의 목적은 다양한 편견을 합리적으로 인식하고,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고, 나아가 주체적으로 편견을 제거하는 적극적인 행위능력을 함양하게 하는 것이다.

반편견교육은 목적과 교육과정의 내용에 있어서 다문화교육 또는 상호문화교육과 유사하다. 학문적인 의미에서 다문화교육과 상호문화교육은 나와 다른 문화와 사람에 대하여 이해하고 존중하며 상호공존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다. 반편견교육은 편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실천적 능력을 강조하며, 교육과정에서 더욱 포괄적인 내용을 다룬다(김국현, 2003).

반편견교육의 방법은 인지적, 감정적, 행위적 접근으로 구분된다. 인지적인 측면에서는 상대집단에 대한 자신의 부정적 고정관념이나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편견과 차별에 도전하고 그것을 제거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하고, 편견의 희생자에 대한 공감능력을 발달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행위적인 측면에서는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

'찾아가는 학교 통일교육'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남북 편견 극복은 물론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충북 괴산군의 문광초등학교에서 열린 '찾아가는 학교 통일교육' 장면. 문광초등학교 제공

남한사회의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해소와 향후 남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반편견교육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서 남한사회의 특징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남한주민들은 사회화 과정에서 단일민족 신화가 과도하게 강조되었고, 타문화에 대한 학습기회가 부족하여 다른 국가와 민족에 대해 배타적인 편이다. 남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동질적 가치체계인 가족주의, 권위주의, 연고주의, 집단주의, 민족주의 등은 기본적으로 방어적이고 배타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남북한 주민들의 건강한 민족통합을 유도하기보다는 배제와 차별을 야기한다. 더구나 외세에 의해 분단된 지 7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증오와 폄훼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였다. 남한주민들의 북한주민에 대한 인식은 적개심과 우월감의 복합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한주민들 중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는 북한주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과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우월 의식에 근거하여 북한 주민을 열등한 존재로 여긴다. 남한 청소년들은 북한 청소년들에 대해서 공격적이고 폐쇄적이며, 촌스럽고,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로봇 같고, 고지식하다 등의 부정적 고정관념이 강하다(구본용·금명자 외, 2000: 40-43). 남한 대학생들은 북한여성이 참을성 있고, 순진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착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조은경·전우영, 2000: 368-369).

분단 이후 남북한은 체제경쟁 과정에서 서로를 외집단으로 타자화시키고 적대자상으로 설정하여 부정적 사회화를 진행해왔고, 주민들은 사회문화적 학습과정을 통해 편견을 학습하였다. 특히 교육과 언론은 상대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적대감과 불신감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반편견교육은 정부뿐만 아니라 학교, 언론, 민간단체 등에서 포괄적이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남북한 청소년들이 서로를 수용하려는 태도를 길러주고 서로에 대한 호의적 감정을 발달시킨다. 언론은 편견의 인지적 변화와 감정적 변화에 초점을 둔다. 부정적 고정관념과 불일치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편견에 저항하거나 부정적 고정관념과 불일치하는 탈북여성의 삶을 꾸준하게 보도한다. 민단단체에서는 보다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남북한 문화의 긍정적인 유사점을 발견하기, 북한 주민들의 규범·가치·역할 배우기, 탈북여성이 겪는 차별을 경험해 보기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세계시민으로서의 반편견적 사고와 함께 탈북여성에 대한 반편견적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

반편견교육의 여러 방법들 중에 ‘상위 범주 활성화’라는 방법이 있다. 상위 범주를 활성화시켜서 상위집단에의 소속감이 강화될 때 하위집단들 간의 차이는 유의미하게 감소하며 외집단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촉진되는 원리를 활용하는 교육방법이다. ‘한집단’ 사고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지각자가 상대적으로 외집단으로 간주하는 사람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발생시킬 수 있다(유연재·김혜숙, 2000: 97-104). 탈북여성에게 ‘한집단’ 범주를 활성화시키면 남한주민이 탈북여성도 같은 국민으로 지각하게 해서 보다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반편견교육,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이렇게 전략적인 교육방법도 중요하지만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을 넘기 위한 기본적인 출발점은 서로의 접촉을 증진시키고 의사소통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34,000여명은 전국의 편의점 숫자(39,000여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남한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편의점을 쉽게 발견하듯이 북한이탈주민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같은 고향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선호할 뿐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무엇 때문인가?

북한이탈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탈북여성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뭐라도 도와주려고 하기보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혹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된다.

나는 통일교육원 ‘찾아가는 학교 통일교육’ 강사 활동을 하면서 탈북강사와 2인 1조를 이루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회성 특강을 하고 있다. 탈북여성이 대부분인 탈북강사가 먼저 북한의 이해 수업을 하고 남한강사가 통일의 필요성과 미래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다. 이때 탈북강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태도는 학교급별로 차이가 있다. 학생들이 어릴수록 탈북강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신기해하면서 잘 듣는다. 탈북강사의 수업이 끝나면 하고 싶은 질문도 많이 한다. 탈북여성에 대해 책이나 대중매체 또는 실제로 한번이라도 접한 학생들에게는 이미 편견과 고정관념이 생겨서인지 탈북강사의 삶과 이야기에 별 감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탈북강사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다양한 질문이 나오는 저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더 좋아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식론적인 겸손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탈북여성에 대해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고 여기고 겸손하게 정말 새롭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우리 안에 구조화되고 내면화된 편견이 작동하지 않도록 자기 생각의 경향과 흐름을 부단히 살피면서 말이다. 더 바라기는 남한사회가 탈북여성들에게 배워서 변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학생의 마음을 가지고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결국 편견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공존하는 통일을 조금씩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 평화통일연대 청년위원장, 통일교육 강사

*본 기고문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참고 문헌]

구본용·금명자·박정민·이명우(2000). 남북한의 변화와 청소년의 도전. 과제. 청소년상담문제연구보고서, 1-147.

김국현(2003).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의 심리적 통합을 위한 반편견교육 방안. 통일정책연구, 12(2), 141-183.

김수경(2018). 결혼시장에서 북한이탈여성의 이미지 재현 연구. 여성연구, 97(2), 232-259.

유연재·김혜숙(2000). ‘한집단’ 범주의 점화가 북한사람에 대한 평가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4(1), 91-112.

조은경·전우영(2000). 남한 대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과 통일에 대한 거리감. 민족통합의 역사와 과제. 한림대학교 민족통합연구소, 368-369.

통일부 홈페이지(2020.09.03).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

https://www.unikorea.go.kr/unikorea/business/NKDefectorsPolicy/status/lately

김태훈 hooni0320@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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