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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교회가 길을 낼 때다

기사승인 2020.09.15  1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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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2년 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초청행사에서 만난 태국 고위 관리와의 대화는 아직도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작은 키에 당당한 몸집, 구릿빛 피부에 강한 눈매를 가진 그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전에 참전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참 어려웠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붙임성있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참전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아니, 나이가 몇이길래 참전했다고 하지?’

참전용사 대부분은 90대가 되어 사망했거나 거동이 불편해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런데 60세도 채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이 관리는 여유 있게 거들먹거린 듯한 태도로 ‘참전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판문점에서 소위로 근무했습니다. 제게는 참 보람 있는 1년이었죠.”

‘소위로 참전했다고?’ 내가 의아한 생각으로 그의 설명을 기다리자, 그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판문점에서 서울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었죠. 네 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자기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구체적인 지명과 수치까지 얘기하는 것이었다. 내가 되받았다. “아, 그랬군요. 지금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지요. 길이 좋아요.”

“한국이 많이 발전했으니 사정이 좋아졌겠지요.”

그의 눈매엔 아련히 옛날을 추억하는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나는 다시 이렇게 물었다.

“언제쯤인가요? 한국 근무가?”

“내가 소위로 갔으니까, 80년대일 겁니다. 지금 한국은 그때와는 조금 다르죠.”

애써 말을 아끼려는 그의 태도에서 나는 다중적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1950년 한국전쟁에 태국군이 참전했다는 긍지와 함께, 한국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아 우리(태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휴전 후 67년이 지난 지금도 판문점에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 감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그 관리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유엔사령부(UNC)에서 발전한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파견되어 근무한 것을 ‘참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남북은 휴전중이고, 그 중간에 휴전의 당사자인 UN이 파병한 군대가 있으니, 여전히 진행중인 전쟁에 참전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억지는 아니다. 그런데, 이 불편한 심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2020년, 우리는 DMZ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전쟁을 잠시 멈춘 휴전상태라는 데 대한 위기감이 없다.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 남북간 교류와 협력 같은 문제를 들고 나오면 마치 우리의 일이 아닌 것처럼 너무 낯설게 생각한다.

요즘은 온통 차별금지법과 코로나19 때문에 분단과 평화의 문제를 꺼내기도 불편하다. 휴전의 시간이 너무 길어 남남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라 감히 문제를 풀어보자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이념의 골이 너무 깊게 패어 교류와 평화를 말하면 선을 긋는 이들도 많다. 우리 안에 있는 적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갈등은 돌파구를 찾지 못한 북미대화를 비롯해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놓은 상황의 결과물이다.

한국교회는 교착상태인 남북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선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정도의 분량으로 날마다 걸어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는 일이 되었든, 아니면 인도적 지원을 위해 모금하여 보내는 일이든, 통일운동가들을 응원하는 일이든 멈추지 않고 행동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이 할 수 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들은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 일하신다. 교회의 작은 행동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교회가 길을 낼 때다.

신평식/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

신평식 ucck6200@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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