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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을 낳는가?

기사승인 2020.07.22  13: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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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①

탈북 여성 예술인들로 구성된 통일메아리악단 단원들은 지난 6월 18일 수락산엘 올랐다. 등산로 일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운동을 위해서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오더니 “왜 삐라를 뿌리고 난리들이냐”며 시비를 걸어왔다. 당황한 단원들은 쫓기듯 산을 내려와야 했다. 윤설미 부단장은 “지역에 도움 되는 일을 하자고 해서 갔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황당했다. 양쪽 모두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여기서 ‘양쪽 모두’는 자신들을 무례하게 대한 남한 사람, 전단 살포로 자신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게 한 탈북민들을 가리킨다.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탈북자 전체가 도매급으로 비판받은 것이다. 특히 ‘과격한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탈북 남성들에 비해 통일메아리악단같이 온건한 탈북 여성들의 목소리는 다양한 목소리가 상존하는 한국사회에서 묻히기 십상이다.

탈북 여성 예술인들로 구성된 통일메아리악단의 지난해 경북 문경 공연 모습. 통일메아리악단 유튜브 화면 캡처

2013년 1월 21일 <동아일보>가 ‘탈북 공무원 간첩혐의 구속’ 부제를 단 “탈북자 1만명 정보 통째로 북에 넘긴 정황” 제목의 단독 보도를 1면에 내보냈다. 사건의 주인공은 당시 ‘탈북자 출신 1호 서울시 공무원’으로 주목을 받던 유우성 씨.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유 씨를 ‘탈북자 간첩’으로 보도하면서 모든 탈북자들이 잠재적 간첩으로 내몰리는 엄청난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유 씨 사건 보도에서는 어김없이 거짓말, 위조, 속여, 농락, 안보 구멍, 방치, 유출, 불안, 확산, 협박, 신상노출, 인질, 강요, 지령, 포섭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한 명의 탈북자에 의한 범죄 또는 범죄 혐의 보도가 집합적으로 처리됨으로써 탈북자 사회 전체의 저질성, 범죄성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류지웅의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배제’ 연구-소수자의 관점에서』(2006), 강주원의 『탈북자 소수집단에 대한 남한 사회의 구별 짓기』(2002) 등의 논문은 이러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유 씨는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의 증거조작이 드러나면서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탈북자 사회 전체에 드리워진 부정적 인식은 오히려 두터워지고 말았다.

언론보도만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역시 탈북 여성들을 편견과 차별로 내모는 주범이다. 남북하나재단의 ‘2019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까지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은 총 33,523명, 여성은 그 중 72%를 차지한다. 성별 고용률은 남성 70.6%, 여성 54.1%,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남성 27.3%, 여성 41.4%였다. 월평균 소득은 탈북 남성이 277만원, 탈북 여성은 175만원이었다. 남한 남성과 남한 여성의 월평균 소득 347만원과 225만원에 비해 각각 70만원, 50만원이 적은 것이다. 직장 근속 연수도 탈북 여성의 경우 63.1%가 1년 미만으로 탈북 여성 10명 중 6명은 취업 1년 안에 직장을 그만두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탈북 여성들은 술집이나 티켓다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경기도의 한 농촌 지역엔 몇 년 전부터 티켓다방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상당수는 탈북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인천일보 2017. 10. 30자). 2015년 함경북도 무안에서 탈북했다는 B씨는 “하나원을 퇴소할 때 정부에서 정착금 400만원을 줬지만 브로커한테 돈을 모두 빼앗겼다”며 “연고도 없고, 자립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무일푼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 성매매를 벌인다”고 토로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 C씨는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라서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탈북여성이 남한 정착 과정에서 술집이나 티켓다방으로 가는 이유에 대해 탈북여성인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소문을 내고 돈 벌기도 쉽다고 하니까 그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한 사회에서 성공하기까지 여정이 만만치 않고 당장 눈앞의 현실이 막막하다 보니 쉬었다 들어가고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탈북자에 대한 남한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이 탈북여성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이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는 약자들에 대한 강자들의 재단(裁斷), 즉 편견입니다. 마치 붕어빵틀처럼 탈북자에 대해 똑같은 생각의 틀로 보게 되고 그러면 실제로 똑같은 붕어빵들이 나오는 거죠. 아마 가장 심한 게 북한학 학자들일 겁니다. 이분들이 ‘탈북자들은 이런 사람들이야’라고 규정해 버리고 그것이 정치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죠. 자신들의 신념인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그것이 탈북자를 보는 사회의 틀이 되어버렸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탈북 여성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8%가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경기도에는 전국 탈북여성의 30%인 625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 보도와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탈북 여성’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예쁘다·성적으로 문란하다, 게으르다·거짓말을 잘한다, 세금 도둑이다, 순종적이다 등이다. 그 하나하나의 단어들을 논문, 언론보도, 전문가들을 통해 해석해 봤다.

 

편견① 예쁘다·성적으로 문란하다

국가인권위는 2013년 12월 25일 정확한 근거 없이 “탈북여성 상당수가 성병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종편채널 뉴스 등을 언급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재발방지와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 같은 권고안은 6개월간 지상파·종편 방송의 저녁 뉴스, 다문화 특화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오락 프로그램 등 총 35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북한 인권단체 ‘코리아 퓨처 이니셔티브(Korea Future Initiative)’는 ‘성노예: 북한 여성의 중국 내 매춘과 사이버섹스, 강제결혼’ 보고서에서 탈북 여성의 약 60%가 성매매 업소로 팔려가고 있다고 밝혔다(중앙일보, 2019. 9. 19). 보고서는 “9세 아이까지 카메라 앞에서 각종 성행위를 연출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며 이를 시청하는 유료 고객은 다수가 한국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탈북 여성들은 북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성매매 업소에서 함부로 탈출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탈북여성의 성폭력 피해는 남한에서도 이어진다. 여성가족부의 ‘북한이탈여성 폭력피해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용역보고서(2017)에 따르면 탈북 여성 25.2%가 ‘자유의 땅’ 남한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유형도 음란전화(26%), 성추행(20%), 성희롱(18%), 스토킹(17%), 성기노출(17%), 강간미수(15%), 강간(11%)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탈북 여성의 대응 방식은 소극적이다. 자리에서 도망치거나(15%), 당하고 있거나(13%), 무조건 빌고 애원하는(11%) 식이었다. 저항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일(10%)은 드물고 경찰 신고는 거의 없었다. 성폭력이 처벌되는 범죄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서 보복당할까 봐 두려워서다(한겨레21, 2020. 6. 19).

탈북여성이 당하고 있는 성폭력 실태. 2017 여성가족부 ‘북한이탈여성 폭력피해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중.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성범죄는 같은 탈북민에 의해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수미 변호사(화해평화연구소장)의 설명이다. “한국에 미리 온 북향민들이 포주가 되어 브로커 비용을 갚기 위해 단기간에 돈을 벌고자하는 북향여성들이 성매매업소로 인계되는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탈북 남성들의 이러한 시각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북한 남자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북한 여성들에게 거리낌 없이 성폭력을 저지르고, 그러다 피해여성이 임신하면 그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강제로 낙태시키곤 합니다. 실제로 2010년에서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이 실시한 탈북여성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6%가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은 매우 흔한 일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북한은 대북제재 이후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과 장마당에서의 성폭력이 만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에서 북한여성들은 납치되어 중국남성에게 판매되기도 합니다. 중국남성에게 팔려나가지 않는 속칭 ‘상품성 없는’ 여성들은 강제북송을 당하기도 합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내부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북한 내부에 부패가 만연해지고 그 안에서 힘없는 북한여성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하나원을 나와 가장 먼저 대하는 남한 사람 ‘신변보호담당 경찰관’(신변보호관)이 탈북여성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경찰청 보안국 신변보호관의 역할은 탈북민에 대한 감시이지만 탈북여성은 그를 경찰 신분인데다 자신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도울 지원자로 여긴다. 신변보호관의 마음먹기에 따라 그루밍 범죄의 고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신변보호관(경찰관) 한 명을 전 변호사는 조만간 고소할 예정이다.

탈북여성들이 남한 정착 과정에서 티켓다방, 성매매 등을 전전하고 있다는 JTBC 뉴스 보도화면(2012년 4월).

 

편견② 게으르다·거짓말을 잘 한다

탈북여성들이 직장에서 받는 편견 중 하나가 ‘게으르다’는 것이다. 탈북여성들은 정말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는 것일까? 남북하나재단의 <2019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보듯이 탈북여성의 고용률은 탈북남성에 비해 16% 정도 낮다. 전체 탈북민 숫자에서는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경제활동 상황은 오히려 더 취약한 것이다. 이들이 일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하는 이유로는 ‘심신장애’(건강문제)가 30.1%로 가장 많고, 개인이나 가족(17.6%), 육아(14.8%)가 뒤를 이었다.

많은 탈북여성은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남한에 오면서 출산의 경험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출산 후 제대로 된 몸조리를 하지 못한다. 여성으로서 겪는 인권유린, 심리적 외상 등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탈북여성의 건강 수준이 탈북남성과 비교할 때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강이나 트라우마 문제가 없는 탈북여성들도 직장생활 적응은 녹록치 않은 문제다. 직장 내에서 예기치 못한 언어 장벽과 인식 차이로 수시로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거의 모든 탈북민들은 외국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히 언어만 다른 게 아니라 언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전영선의 설명이다. “북한은 언어의 명시성을 강조하고, 남한은 언어의 예절을 강조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주민들이 예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이해한다.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하면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쁘니까 이따 전화할게’라고 하면 전화기 앞에서 기다린다. 그런가 하면, 남한 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서슴없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 당황해한다. 어떻게 ‘나한테 저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라고 생각한다.”(전영선 ‘북한이탈주민과 한국인의 집단적 경계 만들기 또는 은밀한 적대감’ 중)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한 탈북여성 역시 기자에게 “시간이 아까워요”라고 했다. 돌려 말하지 않는 것이다. 생활 총화로 상호 비판에 익숙한 탈북민들은 오히려 남한 출신 사람들이 지나치게 돌려 말한다고 얘기한다.

전혀 다른 말인 것 같지만 ‘거짓말을 잘 한다’는 인식도 ‘살아온 삶’의 다름에서 재구성해봐야 할 대목이다. 월경을 하며 극한 상황을 맞닥뜨려온 탈북여성에겐 신뢰와 신용이 밑바닥에 깔린 두터운 관계의 경험이 적은 편이다. 눈앞에 놓인 선택지 중 하나를 후회없이 선택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다음은 탈북여성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선택’이라는 단어는 한국에 와서 처음 들어보았다. 그동안 살면서 나 스스로 무엇을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어려서는 국가에서 나눠주는 옷과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녔고 체육교사의 지목을 받아 수영을 배웠다. 졸업 후에는 학교에서 서류를 넘긴 직장에 출근해 시키는 일을 했다. 18세에 노동자가 된 나는 언제나 선택을 당하는 쪽이었다. 누구도 내 의사 따위는 묻지 않았다. 중국에서 사는 10년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대도시로 도망다녔고 먹고 살기 위해 가정부가 되었다. 살아오면서 500원 짜리 양말 한 짝도 스스로 골라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이런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에게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어디든 가고 싶은 곳에 가라’는 말은 두려운 말이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사람들의 조언이 많아질수록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편견③ 순종적이다

“탈북여성들에게는 한국사회의 옛 여인상이 남아 있어 가정에 충실하고 헌신적이며, 외국여성보다 언어나 문화면에서 이질감이 없고 2세의 혼혈문제로부터 자유롭습니다.” 한 탈북민 여성 전문 결혼중개업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문구다. 탈북여성을 헌신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헤럴드경제, 2015. 5. 19). 탈북여성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심어주고 편견을 고착화시켜 가정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탈북여성인권단체 관계자는 “북한 여성들도 전통적인 이미지로부터 많이 변화했다”면서 “그렇게 홍보해야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겠지만,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한 탈북여성들이 고정관념을 가진 남성을 만난다면 또 다른 상처를 받고 결혼이 깨지는 일이 생기기 십상이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9년 서울시의 ‘북한이탈주민 여성 실태조사 및 지원정책안 연구’를 보면 탈북 여성의 결혼 지속 기간은 5년 미만이 31.1%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한 2018 통계청 조사에서는 결혼 지속 기간 5년 미만이 21.4%였다. 결혼 5년 내 이혼하는 비율이 일반 여성에 비해 탈북 여성이 10% 가량 많은 것이다. 서울시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남편과 갈등이 생겼을 때 북한 남성이 모욕적인 언사나 욕을 주로 하는 데 반해, 남한 남성은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외출을 금지시키는(14.8%) 비율이 높았다. 탈북 여성과 결혼한 남한 남성이 경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 순수하다’는 표현에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북한 여성이 ‘좀 더 감내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결국 탈북 여성이 소수자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임을 지목하는 말이기도 하다(시사인, 2010. 11. 2).

 

편견④ 세금 도둑이다

탈북민들이 가장 흔하게 듣는 비난이 ‘세금도둑’이라는 말이다. “우리 세금 떼먹으려고 한국에 왔느냐, 돌아가라는 등 남한 출신 주민들의 불편한 심경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때마다 탈북민은 소외감과 불편감, 위축감을 느낀다.” 남북하나재단의 ‘2019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 내용이다.

남한 출신 국민 입장에선 별 노력도 없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 남한의 저소득층보다 여유 있게 살아가는 탈북민에게서 역차별을 느끼기도 한다.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의 ‘2019 통일의식조사’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을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에 동의하는 비율은 2011년 59.7%에서 2019년 36.2%로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1997년 1월 13일 제정됐다. 통일부는 이 법을 근거로 탈북민의 보호, 교육, 취업, 주거, 의료, 생활보호 등을 지원하며 정착을 돕는다. 올해 탈북민 지원 예산은 애초 1034억 원 중 코로나 여파로 탈북민 입국이 급감함에 따라 하나원 예산 100억원을 삭감했다. 지원금의 구체적 항목을 살펴보면, 정착금, 주거비, 취업지원 및 알선, 사회복지비, 교육비 등이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정착금과 주거지원금은 1인 세대 기준 각각 800만원, 1600만원이다. 이 밖에 직업훈련이나 자격증 등을 취득할 경우 제공되는 장려금과 노령, 장애, 한부모, 제3국 출생 자녀양육 등에 대한 가산금도 있다.

탈북민이 기본적으로 받는 2400만원. 얼핏 봐도 적은 돈은 아니다. 만 18세 이후 시설을 떠나야 하는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500만원 수준의 자립정착금을 받는 것과 비교했을 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탈북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고 임대보증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단 돈 몇 만밖에 안되는 게 현실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편견은 개인적 영역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들이 직장에 들어간 탈북여성에게 그대로 덧씌워진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탈북여성들의 상당수가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 임금 차별과 일상적인 성희롱,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5개월간 직장에서 일하는 탈북여성 100명을 설문조사하고 그 중 35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여성들은 사투리 등으로 인해 구직 단계에서부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어렵게 취업했더라도 임금격차 등 각종 차별에 시달린다. 탈북여성 직장인 37%는 직장에서 모멸감이나 성희롱, 괴롭힘 등을 경험한다. 하지만 41%는 그저 혼자서 감내한다. 탈북여성들이 겪는 이중, 삼중의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한때 남한사회 적응과정에서 몸살을 겪었던 탈북여성 김련희 씨(왼쪽)가 유트뷰 '왈가왈북'에서 활기차게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왈가왈부 캡처

 

원인과 대책은?

탈북자 단체인 미래한반도여성협회 남영화 회장은 탈북 여성이 성폭력·가정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관심을 꼽았다(연합뉴스, 2015. 3. 29). ‘탈북여성은 피해를 당해도 대처법을 잘 모른다’는 편견이 탈북여성을 만만한 폭행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다문화여성들은 가족과 전화를 할 수 있고 언젠가 고향에 갈 수 있다는 희망도 있지만 탈북여성에게는 꿈같은 얘기”라며 “다문화정책에 탈북여성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지만 탈북여성은 다문화 여성과 다른 돌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진은 ‘탈북여성의 북한, 중국,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을 통해본 인권침해와 정체성 변화과정’(2010) 논문에서 탈북여성에 대한 남한사회의 차별적인 시각을 이렇게 꼬집고 있다. “탈북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감당하는 사회적 차별은 탈북자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이다. 탈북남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차별적인 시선이 적대감과 거지라는 시선이라면 탈북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은 이에 더렵혀진 여성이라는 성적인 이미지가 더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탈북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은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중국이나 북한에서 탈북여성들에 대한 인권적 피해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성적인 피해를 강조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의 탈북여성에 대한 경제적인 차별과 성적인 이미지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는 탈북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말해준다 할 수 있고 이러한 차별적인 환경은 그녀들의 결혼생활에서도 반영된다. 한국남성과의 결혼할 경우 가족들의 냉대와 무시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중국남성이나 탈북남성과 결혼할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남북사회 통합을 연구해온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실천신학대학교 교수는 “하버마스 식으로 표현한다면 가부장적 사고가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에서 체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주로 남성이고 생활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북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할 것”이라며 “탈북여성을 통해 분단과 통일(사회통합)의 문제를 접근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나 남한 사회가 가진 탈북여성에 대한 인식, 탈북여성의 경제사회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탈북여성을 비롯한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추적해오고 있는 장경욱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수년간 북송을 요구해온 김련희 씨의 사례를 들며 “제가 (김련희 씨를) 처음 뵐 때만 해도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도저히 대화도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수많은 인적교류와 ‘왈가왈북’이라는 유튜브 방송에서 아주 조리있게 말씀을 하시는 등 완전히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다”며 “자신의 주체적 요구가 실현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방향 잃은 삶을 살며 죽음의 터널을 통과해야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도움 속에서 자신의 요구를 세상에 알리고 나서는 행복하고 당당하게 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 사회의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라는 환경의 문제가 탈북여성들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핵심적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탈북여성을 비롯한 탈북자 문제는 분단적 적대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장 변호사는 “탈북자들을 이용해 만든 북한 체제에 대한 혐오와 공포, 허위의 우월의식은 남한 사회의 탈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편견과 혐오를 증대시키고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비록 탈북자가 분단적 적대구조의 산물이긴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 남과 북의 화합과 통일을 중매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인권과 권익을 옹호하는 조직을 갖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을 때 탈북자는 분단 극복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코리아뉴스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를 더욱 깊숙히 파고든다. 언론보도, 논문, 전문가들의 언급에서 나온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과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한 견해를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들어본다. 이후 탈북여성들을 만나 이에 대한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후 집담회, 토론회를 통해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게 된다.

취재자문: 장경욱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 전수미 화해평화연구소장,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성원·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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