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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秘法)은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기사승인 2020.06.02  15: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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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보건의료적인 문제로만 여겨졌던 코로나19는 그 강력한 전파력(감염력) 때문에 세계 각국이 봉쇄정책을 선택함에 따라, 이제는 공황(恐慌)에 가까운 세계적인 경제문제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출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우리나라의 약점이 금방 눈에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 정부가 초기부터 왜 국경봉쇄보다는 투명성, 공개성, 민주성 등을 강조했는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이 문제로 고민하다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첫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북한은 코로나19를 잘 막아내고 있는지, 벌써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퍼진 코로나19가, 국경봉쇄를 시행했다고는 하지한 북한만 피해가고 있다고 믿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한은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으니, 만일 북한에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면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남북간에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둘째는,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일구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무리 우리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을 해도 세계 각국이 모두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지 않는 한, 자립적인 경제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국제경제의 추이에 계속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우리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욕심만으로 통일을 소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한과 북한이 평화적으로 통일되었다면, 경제공황적인 위기로 치달아가고 있는 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보다 빨리 떨쳐내고, 자립적인 순환경제를 통해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나라를 구가(歐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평화통일을 더 절실하게 간구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KPI(한반도평화연구원) 러시아 연구여행 중에 외교관 업무를 남한과 북한에서 모두 수행해 보았다는 러시아인 한반도 전문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분한테 저는 평상시에 궁금했던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으로 편입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과연 북한 주민들은 남한과의 통일에 찬성할까요? 만일 찬성한다면 혹은 반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행히 그 분은, 북한 주민들은 유사시에 중국보다는 남한과의 통일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도 남한 시민들처럼 경제적인 번영을 누리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다만, 북한의 상류층(권력층)은 남한과의 통일 과정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기득권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고,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남한과의 통일에 적극 찬성하지만, 2등 국민, 아니 3등 국민으로 전락할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평화적인 남북통일에 찬성한다니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만, 북한 주민들의 두려움에 대해서도 공감이 갔습니다.

결국, 북한과의 평화 통일에는 무슨 특별한 비법(秘法)은 없어 보입니다. 그저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 보면 이해(理解) 못할 것도 없습니다. 이해를 넘어서 용납(容納)하거나 용인(容認)할지는 나중에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지만, 이해조차 못하게 되면 문제를 풀어 나갈 실마리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쟁의 위기에서 평화의 시대로 급속하게 변화되어 갈 것으로 믿었던 남북관계가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대화가 끊기고 심지어는 비방과 부분적인 분쟁으로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2018. 9. 19. 저녁,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 모인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연설을 했을 때, 그 많은 평양시민들은 열렬히 환호했습니다. 아마도, 남한의 대통령이 평양에 와서 이처럼 좋은 말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좋은 일,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북미 정상 회담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남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미국이나 UN 등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규범을 위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의 개선만 바라보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북한 주민들로서는, 환호성이 컸던 그만큼 실망도 크고 원망마저 확산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대치 상황에서 전세계 모든 국가 중에 북한과의 관계에서 남한만큼 제약을 가진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미국이나 UN, 국제사회의 제재만 탓하고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이제는 미국 등 우방과의 관계를 잘 유지, 관리하면서도 북한과의 독자적인 교류와 협력에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만, 며칠 전에 대한민국 로펌이 중국 로펌과 손을 잡고 평양에 진출하려 한다는 뉴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코로나19 방역, 의료, 보건과 같은 인도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인 학문 교류,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대한 조언과 참여, 관광 개방 혹은 북한관광 사업에의 직·간접적인 참여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남한과 북한을 모두 이롭게 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실현할 때가 되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상대방을 이해(理解)할 수 있게 되고, 이해는 관용(寬容)을 낳고, 관용은 새로운 변화(變化)를 가능케 할 것이라 믿습니다.

박종운/ 변호사, 평화통일연대 감사

박종운 pjuni391@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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