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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보여준 한국정치의 내면과 미래

기사승인 2020.05.01  11: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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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37호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진행된 21대 총선, 쟁점들은 무엇인가?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 사태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모든 영역에서의 심대한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전국적인 수준의 총선이 실시되었다. 300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투표율이 낮을 것을 우려하였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 실시된 총선들 중 가장 높은 66.2%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한국의 21대 총선은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와 민주주의의 위기가 목격되었던 상황 속에서 한국의 21대 총선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기능하고 회복될 수 있는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국내적으로는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사에서 유례가 없는 여당(진보)의 압승을 이끈 중대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21대 총선의 높은 투표율과 여당의 압승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하여 던지고자 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분명하게 존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1대 총선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주요 쟁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두 개의 심판론이 제기된 상황 속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1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론과 보수 야당 심판론이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국정 운영의 문제점과 경제 파탄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물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과정에서 보여준 진보 정권의 부도덕성과 불공성을 지적하였다.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소득주도성장에도 반기를 들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시장의 논리만으로 심각한 수준의 경제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유권자들은 결집하였고, 최종 심판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21대 총선의 결과가 향후 한국정치의 지형과 주도권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21대 총선은 압축적으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의 보수와 진보가 최종 성적표를 받는 날이었다.

둘째, 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에 대하여 유권자들이 어떠한 평가를 내릴 것인가도 관건이었다. 21대 총선에서 대두된 두 가지 심판론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분명한 전선이 형성되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는 21대 총선 이전에 창궐하였다가 이후 잘 수습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점, 문재인 정부가 중국 입국자를 차단하지 않아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많았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고, 사회적 격리의 강화로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감시와 통제가 아닌 자율과 투명성에 기반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국내외적으로 이어졌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현상이 21대 총선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관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모습. 더불어민주당 제공

셋째, 거대 양당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정치지형에서 군소정당이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당초 21대 총선을 앞두고 채택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의 의석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되었다. 21대 총선에서 35개의 정당들이 등록하여 투표용지가 48.1㎝에 달하고, 전자개표 대신 수(手)개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21대 총선에 임할 것을 천명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의석 확보를 위하여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자 군소정당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으로 나뉘어 거대정당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비례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투표 3% 득표율의 기준을 어떠한 군소정당들이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또 다른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21대 총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21대 총선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유권자들이 총결집한 상황 속에서 진보 여당이 압승한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전체 300석의 의석 중 180석(60.0%)을 차지하였다. 개헌을 제외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확보한 것이다. 민주화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이렇게 압도적으로 여당이 승리한 경우는 없었다. 더욱이 보수 정당은 2016년 총선부터 시작해서 네 차례의 전국선거에서 모두 패배하였다. 한국정치에서 보수가 이렇게까지 위기에 몰린 적은 없다.

사실상 한국정치에서 보수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냉전 시기 국가 주도 경제발전은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영남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영남 지역은 한국의 보수를 지탱해주는 중추였고, 민주화 이후에는 진보의 상징인 호남 지역과 정치적 패권을 다투었다. 중요한 점은 유권자 수와 국회의원 의석수에서 영남 지역이 호남 지역과 비교하여 2배가 넘는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의 26.2%,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의 25.7%가 영남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막강한 지역적 기반을 갖고 있는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21대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103석(34.3%)에 불과한 의석만을 확보한 것이다.

총선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열린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4. 28 여의도 63컨벤션센터). 미래통합당 제공

다른 한편으로 정당투표에서 미래한국당이 33.8%의 가장 높은 득표율(더불어시민당보다 0.5%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21대 총선의 결과를 진보의 압승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3% 이상의 정당투표 득표율로 비례의석을 배정받은 정당은 진보와 중도 성향의 정의당(9.7%), 국민의당(6.8%), 열린민주당(5.4%)이었다. 현재 한국정치에서 보수 진영이 총집결을 해도 40% 이상의 득표를 기록하기 힘들고, 이와 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로 21대 총선 이전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결코 낮지 않았다. 엄중하게 새겨들어야 할 부분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코로나19 사태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프레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포퓰리즘적인 재난기본소득을 살포하였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하여 공천 파동과 막말 논란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정치학자들이 2004년 17대 총선을 기점으로 한국의 선거에서 이념과 세대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것이 보수에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주장들을 고려할 때, 21대 총선에서 보수의 패배는 보수 세력이 지금까지 강조하였던 핵심적인 가치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떨어졌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제발전 향수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들이 취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 속에서 설득력을 상실하였다. 그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보수 세대는 이미 한국의 선거에서 다수와 주류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보수가 중시하는 시장의 원리도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보통 사람들이 그 경제적 혜택을 누린다는 인식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화 이후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에 살았고, 안보 문제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한 현 상황에서 냉전 시대의 갈등적 대북관이나 세계관, 그리고 시장의 논리만을 강조하는 보수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욱이 낡고 수구적인 이미지가 보수에 덧씌워져 미래세대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진보친화적인 방향으로 꾸준히 변화되고 있었는데 보수 진영은 설득력 있는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21대 총선 이후 한국정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21대 총선 압승으로 임기 중반에 자신들의 정책 어젠다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을 확보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치적 무기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21대 총선에서 표출된 유권자의 표심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의 역할을 소환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들의 요구는 다양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분의 협조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여야 정치권이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치를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인 미래통합당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파트너로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가 관건이다. 미래통합당은 당 내부의 문제들을 수습하는 데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21대 총선을 통하여 절반 이상의 국회의원이 새로운 인물들로 충원되었다.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을 주도하던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퇴출되었다. 하지만 21대 국회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협치와 상생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의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힘든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 어떠한 리더십을 보일 것인가는 이 문제를 원만하게 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한 여당이 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 등의 정치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개혁을 주도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고,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선거전쟁으로 인하여 축소된 제3의 영역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도입 취지를 못 살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개혁과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민주화 이후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 투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하고 제도적 개선을 도모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벗어나 한국의 미래를 위하여 어떠한 민주주의를 채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합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진행된 한국의 21대 총선은 국가와 시장, 개인과 공동체, 공공 부분과 민간 부문간의 균형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압축적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주도하였던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갈등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부분도 많다. 한국의 21대 총선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진보(좌파)와 보수(우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문제 해결을 위하여 정치권이 공조해야 할 접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다만 한국정치의 특수성과 코로나19 사태의 시급성 속에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게 몰아준 것이다. 정치권이 극단의 강경 지지자들에게 포획되지 말고 상호 한 발씩 양보하여 갈등을 조정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가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저자 소개

2004년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체계의 특성과 의회 입법수행능력: 55개국 교차국가분석”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사회과학부 정치외교학과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버넌스연구회 회장,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한국정당학회보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정치학회 총무이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공분야는 비교정치와 한국정치로 의회, 선거, 정당과 관련된 연구들을 주로 수행하였다.

조진만 jmcho7777@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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