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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 2주년과 남북관계

기사승인 2020.04.27  17: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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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후 2년이 지났다. 2018년은 남북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이는 남북, 북미 간 갈등이 거세게 불거졌던 2017년 이후 극적으로 찾아왔다. 북한은 핵 개발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연속 성공하면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어서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뜻을 내비치자 한반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화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이 내려왔고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도 함께 왔다.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일산 프레스센터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짧은 순간 문 대통령은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가 오는 여유도 선보였다.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과 전쟁 위험 해소, 그리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을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라고 하여 핵 문제에도 책임 있는 주체로 나설 것을 다짐했다. 핵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최종 해결돼야 하지만 남한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실을 남북미가 다 같이 인지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를 수행원 없이 산책한 후, 평화의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다(2018. 4. 27). ⓒ청와대

최초로 성사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합의를 발표했다. 남북정상이 다시 만난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 전망이 발표됐다.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고 6.12 합의 정신에 따른 상응 조치가 취해지면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 조치를 해나갈 것을 표명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가 ‘상응 조치’에 관한 타협점을 발견했다면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은 물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실마리가 손에 잡혔을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남북관계는 덩달아 급속도로 냉각됐다. 부푼 기대 속 장기간 열차 여행으로 베트남까지 내려간 김정은 위원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북미관계를 추동하는 남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 의회에서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변수로 작용했다지만, 남한 정부의 중재를 기본으로 전략을 구상했을 북한은 난감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느닷없는 볼턴 국가안보보자관의 출현이 판을 흔들었을까? 우리 정부는 사전에 예후를 감지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 대목은 복기에 복기를 거듭하며 성찰할 대목이다.

코로나 19 국면이 새로운 남북관계 국면을 불러올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은 여전히 남한 정부나 민간을 일절 상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잘했다고 칭찬받는 K-방역시스템이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여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에도 유리한 여론이 형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군사안보가 아닌 인간안보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 북한의 핵은 사용하기 위한 무기가 아닌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담보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끊임없이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을 향해 체제 보장을 요구했다. 제1차 북핵위기도 그 무렵 시작됐다. 지금은 6차 핵실험까지 마치고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도 성공했다.

갈수록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보상액은 높아진다. 미국은 북한과 실험 단계에서 협상에 실패했다. 1997년 경수로 신축 제공을 대가로 협상이 마무리되나 싶었지만, 미국에서 나온 금창리 핵 개발 의혹 보도로 무산됐다. 2003년 시작된 제2차 북핵 위기 국면 역시 6자회담을 통해 해결되나 싶었지만, 미국의 재무부가 대북송금을 금지하면서 무산됐다. 지금은 북핵 제3차 위기국면이라 할 수 있다. 4.27 판문점 회담을 시작으로 개진된 한반도 평화과정이 아직 불씨를 유지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남북은 물론 해외 거주 Korean의 총체적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유고’ 뉴스가 다시 한번 회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특이 사항은 없다고 확인했다. 북한은 김일성 수령과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동심원적 사회정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3대 세습의 부도덕한 독재체제’라는 평가는 북한 내부를 흔들 수 있는 근거가 못 된다. 권력 암투가 진행된다면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심 경쟁이 권력 정당화의 기제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지가 정리되면 좋겠다. 남한 정부는 물론 미국도 북한 영토에 대해 어떤 연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오히려 나선지구 항만시설에 투자해놓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민의 자산 보호를 목적으로 군대 파견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업지구나 금강산관광지구에서 일찌감치 철수한 우리 정부는 무슨 명분으로 북한에 진입할 수 있겠는가? 우리 헌법의 3조 영토 조항은 국제 사회에서 인정된 바 없는 규정이다. 더구나 남북간에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불가침 협약을 체결했다. 북진통일이나 남조선혁명은 물리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퇴색된 주장일 뿐이다. 2000년 6월에 성사된 6.15 남북 공동선언에서는 남북 최초로 통일방안을 현실적으로 검토하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이 현실적이지 않으니 남한의 2단계 통일방안인 연합제를 바탕으로 통일논의를 진척시키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통일방안을 논의하기에 미성숙하다. 이를 익히 잘 아는 문재인 정부는 남북 상생, 평화 번영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핵 문제를 풀어야 하는 현실도 녹녹치 않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하부 구조로 작동하는 현실을 전 국민이 경험하고 있다. “퍼주었더니 핵으로 돌아왔다”는 주장이 얼마나 좁은 단견이었는지 지금에야말로 깨달아야 한다. 10.4와 4.27, 그리고 9.19 등 남북합의는 이제 남북관계 발전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우리 민족끼리 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는 이미 다 나왔다. 어느덧 이념 공격이 선거판을 흔들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 온 국민의 단합된 마음으로 평화를 실천하는 일만 남아 있다.

윤은주/ (사)평통연대 남북상생본부장, 북한학 박사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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