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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종교, “경제 위기론 속 약자에게 고통 가중해선 안 돼”

기사승인 2020.04.23  10: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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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와 종교의 사회적 역할’ 주제로 3대 종교 토론회 개최

“재난은 평등하지만,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이 22일 오후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3대 종교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는 노동자도 있지만, 여전히 집단 감염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오히려 업무가 폭증해 과로사 위험에 처한 노동자, ‘해고’라는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도 부지기수인 까닭이다. 김 위원은 이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과 종교계의 도움을 호소했다.

22일 오후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3대 종교 토론회의 모습. 왼쪽부터 패널로 참석한 최형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주형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과 발제를 맡은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유코리아뉴스

이날 김혜진 전국불안정보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발제를 통해 “고용을 전제로 하는 사회보험제도는 위험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심각한 위기에 빠뜨린다”며, “건강보험처럼 누구나 혜택받을 수 있도록, 폭넓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사회보험제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 종사자에 포함되지 않아 마스크를 못 받는 간병인, 코로나19로 업무량이 폭증해 과로사 위험에 노출된 택배노동자, 생계의 위협에 노출된 문화예술 노동자, 근로기준법이 강제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고용보험에 들어있지 않은 특수고용 노동자 등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더 큰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는 까닭이다. 

김 위원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도록 종교계가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생명안전기본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생명의 가치를 1순위로 한 법들이 생겨나도록 종교인들이 흐름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김 위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회에 입법 건의안을 제출한 경총(한국경제인연합회)의 행태에 대해선 “노동자의 권리를 무력화하기 위한 숙원 사업을 코로나 빌미로 들이 밀고 있다”며 비판했다. 경총은 지난달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라는 이름으로 경제·노동 분야 40대 입법 개선과제를 제안했다. 건의서에는 법인세 인하, 상속세 인하, 경제인 경제범죄 처벌 완화 등의 경제 관련 요구와 노동시간 유연화,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최저임금 제도 개악, 사업장 시설 점거 쟁의행위 금지 신설, 산재에 대한 원청 책임 완화 등의 노동 관련 요구가 담겼다. 

개신교를 대표한 최형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역시 “사회적, 경제적 위기론 속에서 약자들에게 부담과 고통이 가중되게 해선 안된다”며, “경총의 제안은 절대 용인돼선 안될 것”이라고 했다. 최 목사는 또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 인간 삶의 안전과 사회적 약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며, “재난기본소득도 자칫 자본주의 경제가 잘 돌아가는 기름칠하는 정도의 효과만 거두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대비책으로서 모든 사람의 삶을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난기본소득을 기본소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또 “코로나 위기의 파급효과로 친밀한 대면 관계를 기반으로 한 종교의 공동체성에 위기가 왔지만, 더 넓은 의미의 공동체성을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종교가 이 점에 기초해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사회 전체를 위한 새로운 경제 운용의 비전을 보여주는데 종교가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 

최 목사는 또 “사람들이 신천지를 비롯한 잘못된 신앙 체계에 빠지는 것에 (한국 개신교) 교회의 책임이 없지 않다”며, “환상적인 신앙적 만족을 강조한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 공공성에 대한 책임의식을 고양시키는 신앙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했다.

불교계를 대표한 지몽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경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불교적 가치의 산 실현이자 대승보살들의 진정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탈종교가 가속화되는 요즘 종교 간의 화합과 협력이 이번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절망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종교계가 개별적 신앙을 초월해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함께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이별과 애도의 시간도 없이 떠나간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한 기도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천주교를 대표한 이주형 신부(천구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코로나 사태는 십계명을 근간으로 2천년간 이어져온 그리스도교의 경신례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며, “그리스도교를 시작으로 종교의 사회적 구조조정이 예측되는 만큼, 기성 종교인의 변화된 모습과 역할, 쇄신이 요구되는 때”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신부는 “그럼에도 종교의 본질과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불의함과 어려움을 개선해가는 노력과 평화로서 평화를 이룩하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 노력이 있다면, 성숙하고 올바른 사회적 가치 수호라는 종교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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