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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력 현대화와 정면돌파전

기사승인 2020.03.31  10: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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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진단'

북한이 3월 29일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 두 발을 쏘았다. 올해 들어 4번째 발사이

고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협상이 불발된 이후 17차례나 쏘아 올렸다. 모두 새로운 것이다. 한 가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3형이고 나머지는 소위 신형 단거리전술유도무기 4종 세트로 불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전술탄도미사일, 초대형방사포(600mm), 그리고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400mm)이다.

올해에는 지난 3월 2일과 9일에 초대형방사포를, 21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라고 불리는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29일 발사에 대해 국방과학원의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보도했다.

발표대로라면 지금까지 공개된 초대형방사포 발사는 모두 7차례다. 지난해 8월 24일 함남 선덕에서 첫 시험발사를 실시한 이후 지난해에만 4차례 발사했다. 모두 국방과학원이 주관한 시험사격이었고 김정은 위원장은 3차례 참관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2일과 3월 9일 동해안에서 화력타격 훈련의 일환으로 여러 장사정포와 함께 발사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 했다. 초대형방사포가 이미 실전배치된 것이 아닌가하는 평가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다시 3월 29일 국방과학원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군수담당 리병철 부위원장이 “초대형방사포무기체계를 인민군부대들에 인도하는데서 나서는 관련문제들을 료해하고 국방과학연구부문과 군수공장들에 해당한 대책적 과업들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초대형방사포의 현재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위협을 평가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 어느 정도 개발이 진전된 상황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긴요하다. 무기를 개발해 양산하고 실전에 배치 운용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시험평가를 거치게 된다. 국가별 무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무기 연구개발 획득 절차에 따르면 우선 개발자가 시험평가를 하게 된다. 이를 통과하면 운용시험평가를 하게 되는데 이때 실제 사용할 군 운용자가 참여해 적용해야 할 작전환경과 유사한 조건하에서 작전운용요구능력 충족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통상 여기까지가 개발단계이다. 이를 만족하면 실제 소요군이 인수하여 일정기간 전력화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실전부대에 배치 운용하게 되는 것이다.

리병철 부위원장의 언급을 바탕으로 초대형방사포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예상

해 보면 북한군이 인수하기 전 국방과학원과 북한군이 함께 운용시험평가를 하는 단계로 보인다. 지난 해 4차례의 발사가 모두 개발자 시험평가였다면 올해 3월 2일과 9일 화력타격 훈련시 발사는 실제 작전환경에서 군이 함께 운용시험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실전배치에 따른 훈련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지난 29일에 발사한 것이 이와 동일한 것이라면 북한군이 최종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성능을 확인하고 추가 수정 보완할 부분들을 제기하는 자리였을 것이다. 즉 전투용 적합 판정 및 규격화 완료 후 개발 단계를 종료하고 양산배치 단계로 진입하기 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선보인 신형단거리전술유도무기 4종 세트 중 나머지도 어느 단계인지 예상해 볼 수 있

다. 소위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전술지대지탄도미사일(KN-23)의 경우 올해는 발사가 없었지만 이미 지난해 4차례나 발사했다. 흥미로운 것은 발사 패턴이 이번에 발사한 초대형방사포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4일과 9일 동서쪽에서 여러 종류의 장사정포와 함께 화력타격훈련시 함께 발사를 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이미 실전배치 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후 7월 25일과 8월 6일 국방과학원 주관으로 위력시위사격을 했다는 점에서 당시 운용시험평가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한군이 인수하여 전력화를 실시했다면 지금쯤은 실전배치운용단계에 이르렀을 것이다.

지난해 말 열린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에 맞게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하거나 확대개편하는 문제에 대해 토의결정되였다”고 한 것도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발이 마무리되어 양산배치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21일 시범사격한 북한판 에이태킴스의 경우에는 개발부서인 국방과학원이 김정은 위원장과 실제 운용자인 북한군 앞에서 개발자 시험평가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10일(함흥, 400/48km), 8월 16일(통천, 230/30km) 두 차례 발사했다. 이번에는 5분 간격으로 2발을 연이어 내륙을 관통하는 발사를 통해 신형무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했다. 이번 발사가 성공적이었다면 다음 단계인 군이 참여하는 운용시험평가로 넘어갈 것이다. 앞선 신형무기들처럼 북한군의 훈련과 함께 실시한다면 이번 하계훈련 기간 중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여름 2차례 국방과학원이 시험발사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400mm)의 경우에는 상당

히 오랜시간 추가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두 번의 시험발사 이후에도 사진을 흐리게 해서 보도했다는 점도 어떠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혹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점은 북한이 공개한 3월 29일 시험발사 사진을 보면 지금까지 북한이 초대형방사포라며 공개한 사진과 차이가 있다. 오히려 흐리지만 지난 여름 공개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400mm)와 유사하다. 초대형방사포와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가 동일한 것이 아닐지 하는 의심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7월 31일 발사에 대해서 “신형조종방사탄을 개발하고 첫 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했다. 8월 24일 발사에 대해서는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이라고 하면서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주체병기가 탄생”이라고 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어 일단은 두 무기를 동일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초대형방사포는 발사차량(TEL)이 차륜형이고 발사관이 4개(2×2)인 반면 지난

3월 29일 발사한 것은 북한이 초대형방사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궤도형에 6개(3×2) 발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난해 여름 2차례 발사한 대구경조종방사포와 닮아 있다. 북한이 기존의 차륜형 4연장과 구경이 동일한 발사체를 궤도형 차량에 발사관을 추가한 6연장으로 개량해 초대형방사포를 두 가지 형태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발사한 대구경조종방사포 사진과 비교해보면 차량의 형태와 크기, 발사관의 길이와 직경 등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발사된 것이 기존의 초대형방사포와 비교해 구경이 더 작은 것인지는 좀 더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기존 차륜형 4연장 초대형방사포와 이번에 발사한 궤도형 6연장의 구경이 같은지 다른지가 관건이다. 일단 초대형방사포가 정말 600mm인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구경이 다르다고 해서 꼭 다른 무기체계라고 볼 수는 없다. 중국도 같은 계열인 衛士(WS)의 경우 320mm에서 400mm로 개량했다. 결국 지난해 발사한 대구경조종방사포와 초대형방사포가 개발 단계에서 하나로 합쳐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 초대형방사포의 경우 4차례 모두 사거리가 300km 이상에 최대 380km에 고도는 97km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올해는 모두 사거리 200km내에 고도도 50km 이하이다.

지난 해 발사한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와 사거리가 겹친다는 점에서도 별도로 다른 무기체계를

개발한다는 것은 낭비이다. 지난해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가 최대사거리 능력 확인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올해는 정확성이나 안정성, 기동성, 연발 능력 등 좀 더 고차원적인 능력 확인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발사된 초대형방사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나 에이태킴스처럼 풀업(pull-up) 특성까지는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사거리가 줄어든 대신 통상적인 탄도미사일의 궤적보다

낮은 고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은 대구경조종방사탄의 고도억제수평비행성능과 궤도변칙 능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는 점에서 무관하지 않다. 또한 북한이 지난해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400mm)를 발사한 후 사진을 흐리게 한 것 역시 초대형방사포와 연관된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어쩌면 북한의 신형방사포 기술의 근원이 중국모델임을 감추기 위함일 수도 있지않을까 한다. 이제는 신종 4종 세트가 아닌 3종 세트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북한의 무기개발 체계를 우리의 체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나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반적인 단계별 소요시간보다 북한은 대단히 단시간에 이루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새로운 무기들이 아직 실전배치 전이라는 평가에 안심만 할 것은 아니다. 최근 선보인 전술유도무기 모두 기존 무기와 비교시 사거리가 길어지면서 고도는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졌다는 점, 유도 및 회피 기능을 통해 정확성과 생존성이 향상되었다는 점 그리고 모두 고체연료엔진에 이동식 발사차량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발사시간 단축과 발사원점의 다양화로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 및 킬체인(선제타격)을 어렵게 하면서 미사일 방어체계까지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이다. 마치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로 억지능력을 달성하기 위한 북한판 응징보복무기라는 점에서 마치 전갈의 꼬리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군사전략의 변화이자 북한판 국방개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전술적 차원이다.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한 이상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참가하지 않았던 SLBM 북극성 3형의 잠수함 발사도 있을 수 있다. 지난 12월 동창리에서 2차례 실시한 엔진시험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엔진시험을 예상해 본다. 이 엔진이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ICBM과 연관된 것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경제중심의 ‘정면돌파전’을 추진하면서 ICBM을 실제 발사하는 것은 지극히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쉽게 새로운 ICBM 발사까지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퍼레이드에 새로운 ICBM을 공개하거나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도 있다. 최근 북한의 무력 현대화가 단순히 대외적 위협이나 군사적 차원에서의 의미라기보다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위한 내부적 통치행위이자 경제적 성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김정은 정권의 미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김동엽 donykim@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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