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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협상에서 드러난 미국의 몽니, 동맹의 품격을 기대한다

기사승인 2020.03.26  14: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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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가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도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은 최근 7차까지 회의를 마쳤지만 여전히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작년 9월 하순부터 시작된 협정이 해를 넘겨 이렇게까지 오래 타결이 되지 않는 문제의 핵심에는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가 있다. 2019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이 1조 389억 원이었다. 2020년 미국의 요구액은 5조 1천억 원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인상 폭이 무려 390% 이상이다. 1991년도 이후 방위비 분담금액이 매년 동결 혹은 2-6% 사이로 증액된 것을 감안하면 미국의 증액 요구는 한국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합리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매우 과도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증액 요구에 대해 미국은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 폭격기와 같은 자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자국 정부의 행정비용 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구체적인 비용 리스트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요구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너무나 특별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한미동맹은 북한과 휴전 가운데 있는 남한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자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는 대비태세 차원에서도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다고 한미동맹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의 고비용 분담 요구를 아무 이의 없이 수용해야만 할까? 우리 국민들은 묻고 있다. 과연 한국만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이 그동안 과도한 희생과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미군을 남한에 주둔시키고 있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미군의 남한 주둔은 결코 남한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세계의 패권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오고 있는 동북아 질서의 균형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자국의 군대를 일본을 비롯하여 남한에 주둔시켜야 할 외교적·군사적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 한미동맹의 가치가 자리 잡고 있기에 한국과 미국은 서로에게 합당하고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이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6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17일 오후 청와대 분수앞에서 방위비분담금 7차 협상에 즈음한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한국에 번역된 『미국의 봉쇄 전략(2019)』이라는 책은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단초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7년부터 1949년까지 트루먼 행정부에서 정책기획국장을 역임했던 조지 케넌(George Frost Kennan)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당시 소련의 공산주의가 팽창하지 못하도록 “봉쇄 전략”을 창안하고 실행 방법을 강구했다.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냉전 시대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소련의 유럽 진출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은 서유럽 자체의 힘을 강화시키는 지역주의 전략을 실행하며, 독일 통일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독일 지역을 서유럽 경제에 통합시켜버렸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마샬 플랜’이라는 경제원조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독일 전범 세력의 척결보다는 회복과 재건에 초점을 잡았기에 전범 재판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 한반도에서 친일 청산이 실패하고 미군정의 적극적인 주도로 남한의 친일 잔재 세력이 다시 부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케넌의 봉쇄 전략에 의하면 소련을 봉쇄시키기 위해 인접 지역인 남한의 자유적 민주주의 정권 수립이라는 자생적인 힘의 균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머나먼 지역들을 복종시키려는 시도만큼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은 없다’는 에드워드 기본(Edward Gibbon)의 말처럼 미국의 봉쇄 전략은 멀리 있는 지역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그 지역의 자생적인 힘의 수립을 통해 독립적인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예가 일본이다. 봉쇄 전략에 있어서 일본을 거점 방어의 목표로 삼은 미국은 전후 일본의 경제회복 및 복구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 점령정책에 대한 미국 국무성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미국은 일본을 비롯해 그 어떤 외국 국민들에게도 친서구적 성향을 강제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대신에 해당 국가 내에서 공산주의에 대해 자생적으로 저항감이 생겨나고 자발적으로 서구 진영 쪽으로 기울도록 하는 동시에 일본과 관련해서는 필수적인 군사요구사항들이 충족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미국의 봉쇄 전략』, 110쪽).”

미국의 봉쇄 전략이 냉전이 종식된 현재까지 계속될 이유가 없다는 비판과 의구심은 가질 만하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의 세력 구도가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북쪽 지역은 중국, 러시아와 북한이, 남쪽 지역은 남한, 일본, 미국이 서로 긴장하며 대치하는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동북아 지역의 냉전적 질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종식되지 않았다. 미국의 관점에서 남한의 미군 주둔은 동북아 지역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2019)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며 미군의 전투태세 준비를 완비해나가는 것을 군사적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기 위한 남한의 주한미군과 일본의 주일미군은 미국의 군사 외교적 행보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일미군의 80%가 일본의 최남단 오키나와 섬에 주둔하고 있으며, 그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는 중국 봉쇄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의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유지하는 선에서만 적절하게 한반도 분단을 기능적으로 미국이 이용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은 한반도 평화의 진전을 바라는 우리로서는 달갑지 않지만,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져볼 만한 의심이다.

문재인-김정은 사이의 남북한 평화협력이 한참 진행되어 가던 2018년 미국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한반도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적이고도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대북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하기 위해 한미간 협의체로 출범했지만, 오히려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북한은 한미워킹그룹을 ‘외세의존’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을 통하지 않고는 어떠한 남북협력 구상도 진전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국에게 미국은 무시할 수 없는 권력과 힘 자체이고 한국은 그 세계 지배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수동적 무력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미국의 세력과 힘은 고정되고 불변적인 것이 아니다.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을 고려하면서도 남북한의 독립적이고도 책임적인 평화관계 수립을 해나가야 한다. 동서독 교류와 협력 의지가 마침내 미국의 대외외교정책을 바꿔 통일을 이루어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한의 무력도발 억제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점을 우리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일방적으로 한국에 주둔 비용을 전가하고 떠넘기려 하는 무리한 시도를 멈추고 보다 합리적인 한미방위비분담금 책정을 위해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을 볼모로 삼았다는 뉴스는 차마 믿고 싶지 않다. 그것은 동맹국으로서의 예우가 아닐뿐더러 인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세계 최고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국의 유익을 추구하면서도 한국의 동맹국이라는 전통적 우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품격을 이번 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정 체결을 통해 보여주길 바란다.

김영식/ 유코리아뉴스 대표, 낮은예수마을교회 목사

김영식 youngsik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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