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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별 관광’ 떠나기 전 읽어야 할 책

기사승인 2020.03.08  1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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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북한 개별관광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남북 간 보건협력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 현실적으로 다가오진 않아도,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북한 땅을 밟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북한 여행>의 저자 뤼디거 프랑크 교수(오스트리아 빈 대학교)는 북한 여행을 통해 “거기에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어쩌면 예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인에게도 그럴진대, 하물며 남한 사람이라면 말해 무엇할까.

▲ 뤼디거 프랑크, <북한 여행>(한겨레출판)

프랑크 교수의 <북한 여행>은 그런 우리에게 북한 여행의 제1 안내서가 되기 충분하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북한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의 특성과 배경도 친절하게 알려주어, 북한 여행 가이드북을 넘어 우리가 몰랐던 북한을 설명하는 북한 개론서로도 손색없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말이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역시 “북한에 대한 이질감을 불식시키고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저자는 북한의 우방 동독 출신이자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한 북한 전문가이다. 베이징의 ‘고려투어’, 런던의 ‘폴리티컬투어’, 베를린의 ‘평양트래블’ 등 북한여행사들의 파트너이자, 학자로서 그는 30년 가까이 매해 북한을 방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8년 9월부턴 북이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비공식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이 책이 문제로 지적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 여행>이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우선 독자들에게 ‘왜 북한에 가느냐?’고 묻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지속적인 긴장 상태에서 익숙하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 일들을 끊임없이 겪으면서 만족스러운 설명도 거의 듣지 못하다 보면 상당한 좌절감이 쌓이는’ 여행을 왜 가느냐는 것이다. 이 물음은 북한 여행을 여느 패키지 자유 여행의 하나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 여행은 철저한 통제 속에서 이뤄진다. 숙소, 교통편, 관광지, 음식 등 모든 것이 미리 짜인 프로그램은 여행객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북한 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여행자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로 너무 많은 것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혼란을 줄이기 위해 30년간 쌓은 북한에 관한 지식을 세심하게 기록해준 이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본론에선 입국 절차부터 현지 소통 방법, 숙소, 음식, 교통편 등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나온다. 물론 여행객이 반드시 조심해야 할 사항도 빼놓지 않는다. 

“지도자에 대한 재미있는 농담을 혹시 알고 있다면 모쪼록 혼자만 간직할 일이다. 외국인이 자기들의 지도층을 모욕하면, 국가적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더라도, 가장 친절한 북한 사람조차 즉시 맹렬한 분노에 빠져든다. ‘김일성 또는 ‘김정은’이라는 말을 했다가 의혹을 눈길을 계속 받지 않으려고, 우리는 일종의 별칭을 미리 합의해 놓는다.”(97p)

독특하고 폐쇄된 북한을 편하게 여행하기 위한 팁은 이 외에도 많다. 그 중엔 남한과 북한의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들도 있다.

“‘한국의 북쪽 부분’은 정치적으로 정확한 말이지만, ‘북한’이라는 말은 그렇지가 않다. 그것은 두 나라임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로 발간되는 북한 매체에서 남한은 언제나 소문자 ‘s’를 써서 ‘south Korea’라고 하지, 통상적인 ‘South Korea’라고 하지 않는다.”(103p)

보통 외국인들이 북한을 여행하고 남긴 책들은 그 내용이 평양에 국한돼 있지만, 이 책은 개성부터 신의주, 사리원 등 평양 바깥의 16개 대표 도시들을 담고 있다. 그곳들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장소와 상징물이 가진 이면의 이야기도 적절히 풀어낸다.

“한국전은 이념적 대립에 근거해 극히 잔인하게 치러진 내전이었다. 게다가 전선은 여러 번이나 같은 지역을 짓밟았으니, 많은 지역이 한 번 이상 이념적 숙청을 겪어야 했다. 옛날 박물관에서 한국인을 향한 한국인의 범죄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의 민족주의와 종족주의 요소로 설명될 수 있다. (생략) 그런데 이제 새 박물관에서 친미 한국인도 가해자로 낙인찍고 있다는 것은 남한과의 악화된 관계를 암시한다. 심지어 여기서 통일이라는 주제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다.”(357p 신천박물관 부분 중)

이야기는 출국 절차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평양에서 기차를 타든, 순안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든 주의해야 할 것들을 미리 알려준다. 까다로운 세관검사와 ‘아름답지 않으면’삭제되는 사진 검사 등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선 다음과 같은 당부를 덧붙인다. 

“아무도 우리에게 특정한 관점을 가르쳐줄 권리가 없다. 내 생각에 북한을 다룰 때도 역시 그래야 한다. 가서 보고 몇 가지 결론을 이끌어내고, 그 과정에서 비판적이되 공정함을 유지하라. 북한 여행은 절묘한 줄타기이다.”(435p)

줄타기하듯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북한을 보여주는 프랑크 교수의 <북한 여행>.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해 기대하는 쪽이든, 우려하는 쪽이든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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