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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요구하는 동북아 방역 협력체제

기사승인 2020.02.25  16: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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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27호

공통의 적에 기습당한 한‧중‧일

작년 말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른 전파력을 가지고 확산하고 있다. 1월 23일 우한시 봉쇄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질병 확산을 제어하지 못한 채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항 검역과정에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한 달 동안은 비교적 방역 통제에 성공하는 듯했고, 이 기간 중 도시봉쇄로 격리된 우한 거주 우리 교민과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선상 격리된 우리 국민을 특별기로 데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2월 18일 대구에서 전파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증 환자가 나오면서 며칠 사이에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 중국 이외에 최다 환자 발생국이 되었고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과 더불어 많은 환자가 발생한 일본에서는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 선박을 선상격리 방식으로 검역하면서 다섯 명 중 한 명이 감염되는 일종의 의료사고도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초동대응 미흡으로 화를 키운 것은 물론, 상황을 축소 은폐하거나 대처 과정에 판단 실수가 있었던 점 등은 위기 대응능력상의 차이는 있지만 한·중·일 3국이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인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각국 내부에서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정치적 비판의 소재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과거사나 영토 문제 또는 외교안보 사안 등으로 민감한 갈등을 주고받은 한‧중‧일 3국은 ‘코로나 19’라는 공통의 적으로부터 기습을 받아 휘청거리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에 빠졌다.

 

‘코로나 19’가 드러낸 동북아 3국 사회의 민낯

코로나바이러스는 한‧중‧일 3국 사회의 약점을 정확하게 건드리면서 이를 이용해 확산하고 있다.

우한에 괴질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료의사와 공유했던 중국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허위사실 유포로 공안에 체포되어 각서를 쓰고 풀려난 이후 바이러스와 사투 중 2월 6일 순직했다.

그는 신종바이러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바이러스는 그를 통해 중국 정치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세상에 드러냈다. 그는 “세계가 (중국의) 안녕을 믿게 하도록 병마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 나는 세상 사람들을 위해 입을 열었다(爲蒼生說禍話)”는 유서를 남겼다.

중국 정치사회의 억압과 통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특히 홍콩의 반중국 시위에 따른 강경시책과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취하는 반인권적 인종·종교 차별 탄압이 주목을 받는 시점인 만큼 향후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18차 당대회에서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면서 당 창건 100년인 2021년까지 1만 불 소득을 달성하여 소강사회[小康社會, 중산층사회]를 이루고, 국가 창건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는 세계 일류 선진국이 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두 개의 100년(兩個百年)’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1만 불 소득 목표를 2년 앞당겨 2019년에 달성했지만, 공산당 1당 독재가 빚어 놓은 경직된 관료주의와 개방과 자유에 대한 억압지향적 시스템이 사회 전반적인 역량을 떨어뜨리고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중국 내부의 빈부격차는 사회불안 요인으로까지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일로 1만 불 달성 자축기회를 놓쳐 아쉬워할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소강사회는 경제만 아니라 정치사회도 성숙해야 달성 가능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며 중국의 정치사회 시스템도 의미 있는 변화의 단계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한국 정치사회의 부끄러운 민낯도 건드렸다. 초기 한 달간 비교적 잘 통제되던 방역 시스템이 31번 환자 이후 고삐를 놓친 것은 뼈아픈 일이다. 특히 교통사고 환자가 입원 중자동차를 몰고 외출하여 예배와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보험 시스템의 허점과 겹치며 감염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사회보험과 복지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한 무임승차나 부정수급은 적폐차원에서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마저도 진영논리로 갈등을 빚는 우리의 정치권이 이 같은 노력을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본의 약점도 어김없이 건드렸다. 아베 정권은 오는 7월 24일에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의 사전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묶여 있다. 일본 정부가 요코하마에 입항한 크루즈를 선상격리 방식으로 검역했는데, 이는 정치적 고려가 앞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후생성 전문가팀의 일원으로 승선한 감염내과 전문의 이와타(岩田建太郞)는 SNS로 ‘일본당국의 대응은 비상식적이며 선내 상황은 비참하다’고 고발했다.

 

한‧중‧일은 상호 영향을 미치는 불가분 관계

중국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대만과 북한을 비롯한 40여 개 국가가 중국인 입국을 전면 통제하고 있는데 반해, 한‧일 양국은 우한발(發) 또는 경유 입국만을 통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싸고 중국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내부 비판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중국인 입국 전면 제한은 중국 정부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가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일 양국의 입장에서도 정치경제 사정으로 단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의 한국 유학생과 한국의 중국 유학생은 자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중 각각 1위를 차지한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의 최대 수입국은 한국이다. 중국인 노동자 1백만 명이 우리 중소기업과 농어촌에서 부족 일손을 메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에서 언급했다는 한‧중 운명공동체 용어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한‧중‧일 3국이 하나의 생활공동체로서 서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중‧일은 미우나 고우나 이웃 국가로서 서로 협력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협력의 대상과 영역에서 새롭게 추가될 분야가 명백해졌다. 한‧중‧일 3국은 환경, 보건의료 차원에서 황사, 조류독감 분야의 협력뿐만 아니라 평시부터 검역과 방역 분야에서 긴밀한 동북아 협력체계를 만들고 실제상황을 가상한 연례적인 방역협력 공동연습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이 같은 동북아 방역협력 시스템에는 북한의 참여도 필수다.

평화재단 inst1@pf.or.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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