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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건너뛴 북한, 2020년 행보는?

기사승인 2020.01.02  11: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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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없었다. 대신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신년사를 갈음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못 박았던 연말 이후 북한의 방향도 전원회의 결과에 드러나 있는 셈이다.

제5차 전원회의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한 정면돌파 그리고 총체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위원뿐만 아니라 도인민위원장, 시군 당위원장, 각 단위·무력기구 일꾼들이 방청으로 참여해 3박 4일간의 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의제는 △대내외 정세와 투쟁 방향 △조직문제 △당중앙위원회 구호집 수정 보충 △ 조선로동당창건 75돌 기념행사 등 4가지였다.

그 중 외부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첫 번째 의제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대미, 대남 정책의 단초가 나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정세 분석에서 미국의 대북 협상전략을 ‘대화와 협상을 내세워 정치외교적 잇속을 챙기면서 제재 유지를 통해 북의 힘을 소진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이상 미국의 대화전략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결코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대화를 불순한 목적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며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건설에 유리한 대외적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8~31일 열린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YTN 화면캡처

이러한 미국과의 대립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거라 보고 자력갱생으로 맞설 것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핵문제가 아니고라도 미국은 우리에게 또 다른 그 무엇을 표적으로 정하고 접어들 것이고 미국의 군사정치적 위협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원회의 결정문에는 생산잠재력 총발동, 과학기술과 생태환경 중시,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당 강화, 경제사령부로서 내각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질타 등이 포함됐다.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는 구호도 제시됐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행보는 ‘상당 기간’ 비핵화를 협상테이블에서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변함없는)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상당 기간’은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끝나는 때’를 말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억제력 강화가 미국의 변함없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사라진다면 북한이 핵을 가질 명분도 없어진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는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의 내용이자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0·4 남북정상선언에도 비슷한 구절이 들어 있다. 북한으로서는 일종의 핵 이후 한반도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도 남북이나 북미 대화 재재시 변함없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시한 연말이 지나도록 북미 사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2월 31일 이후의 시나리오로 △극적인 북미 협상 타결 △미국 또는 북한의 도발 △북미간 극적인 타협 없이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꼽아 왔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세 번째, 즉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입지 때문이다. 지금처럼 미중간 경제전쟁에다 북미간 제재와 대결이 이어지다 보면 남북 교착국면은 벗어날 수 없고 정부나 민간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국면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2018년과 2019년 몇 차례의 역사적인 남북·북미 정상회담에도 북미간 협상 교착은 모든 교류와 협력을 중단시켰다.

다만 변수는 있다. 올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한국 총선, 도쿄 올림픽, 미국 대선 등의 일정이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변화된 전략을 제시한 만큼 이에 걸맞는 대응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북미 협상을 고려해 독자적인 행보를 자제해 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북미 협상을 고려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입장을 고려하는 선에서 독자적인 대북 행보를 본격화 할 때가 된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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